김정일은 북 주민 인성까지 파괴하고 있다

▲ 기차에서 떨어진 비료를 줍기 위해 모여든 북한 주민들 <사진 제공=아시아프레스>

최근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생존을 위한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탈북자는 “간부들은 뇌물 받는 데 혈안이 되고, 군대는 도적떼가 됐다. 자기 입 건사에만 신경 쓰고 돈 없는 친척은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이다”고 말했다.

만성화된 북한 경제난 속에 북한 주민들이 도덕성 상실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배급제가 무너지고 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먹는 문제는 겨우 해결됐다. 하지만 시장의 확대는 국가 통제를 약화시키고 주민들의 생활력은 높였지만, 부패가 만연하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가치관을 확산시켰다.

법치가 실종되고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도입되지 않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는 풍조가 만연했다. 군인들이나 불량배들이 대낮에 지나가는 트럭을 세우고 행인들의 물건을 강탈하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 심지어 가족친척의 돈을 협잡하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최근 국내에 입국한 딸 아이에게서 북한에서의 생활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이 씨는 딸아이를 시누이에게 맡기고 먼저 북한을 나왔다. 한국에 도착한 이 씨는 딸아이의 고모에게 2년간 4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송금했다. 이외에도 고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컴퓨터를 사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할 때마다 수 십만 원의 돈을 보냈다.

그러나 딸 아이는 북한에서 지낼 당시 학교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일 10kg이 넘는 물건을 들고 수km가 넘는 장마당을 왕복해야 했다. 컴퓨터는 한국에 와서 처음 사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일부에게 국한되지 않고 북한에서 매우 자연스런 생존 방식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은 최근 소식지에서 “요즘엔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살기 힘드니 서로 못 거두겠다며 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 내에서 범죄가 횡행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부패한 형사처벌 제도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사법기관에 뇌물만 먹이면 교도소에 있는 수인도 빼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당에서 비사회주의그루빠라는 검열대를 내려 보내지만 이들마저도 뇌물에 포섭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주민들 속에서 김정일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대신 돈이 새로운 우상으로 대체되었다”면서 “돈이 우상이 된 잘못된 가치관은 사법기관의 부패와 주민들의 도덕성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폭압통치와 만성적인 경제난이 북한 주민들의 인성까지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당국은 폭압과 통제로 각종 혼란과 범죄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회생과 정상적인 시장경제 도입 없이는 이러한 부패와 범죄, 도덕성 붕괴 현상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김정일 정권이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수십 년 후 감당하긴 힘들정도로 도덕성이 상실한 주민들을 만나야 할 지 모른다.

탈북자들이 국내에 입국하기 시작한지도 십 년이 더 지났지만 아직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이런 상태가 장기화 되면 우리 국민들이 향후 통합의 과정에서 수 십 배는 더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개혁개방을 거부하는 북한 정권이 북한주민들의 힘으로 하루 빨리 민주화 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