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유류지원 요청 검토중”…대북제재 위반 논란 증폭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에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하는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동해 묵호항에 입항한 가운데, 만경봉 92호에 대한 정부의 유류지급을 둘러싸고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만경봉 92호) 입항 이후 남북 간 협의과정에서 (북한의) 유류지원 요청이 있었다”며 현재 정부 차원에서 북한의 지원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백 대변인은 ‘(유류지원이) 유엔제재를 이탈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미국 등 유관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제재 관련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6일) 통일부는 전례에 준해 만경봉 92호에 유류와 전기, 식자재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을 가중했다. 앞서 만경봉 92호의 국내 입항을 두고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이어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이 언급되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 그러자 통일부는 “편의제공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도 없다”면서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정제품 물량을 연 50만 배럴로 감축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직접 유류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제사회 대북제재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북한에 대한 현물 공급은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간접 지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점에서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만경봉 92호의 입항 자체가 유엔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에는 불법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회원국에 입항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지난 2003년 북한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전 조총련 간부가 만경봉 92호 선내에서 대남 공작 지령을 수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만경봉 92호가 북한의 공작활동에 활용됐다는 근거를 밝힌 바 있다. 이밖에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만경봉 92호가 미사일 부품 운반이나 마약 밀수에도 이용됐다는 증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유엔 제재 결의안에는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소유·통제되는 선박의 회원국 입항을 금지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현재 만경봉 92호의 소속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전신으로 여겨지는 만경봉호의 경우 중앙당 6부(작전부)가 직접 관리했다는 정찰총국 출신 탈북민의 증언에 미뤄볼 때 만경봉 92호도 작전부의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전부는 현재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정찰총국 산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만경봉 92호의 국내 입항 허용 자체가 자칫 유엔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외교부는 만경봉 92호의 국내 입항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미국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며 “현재까지는 만경봉 92호의 국내 입항과 관련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