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 김여정 방남 카드로 평창 선전무대 활용 노골화”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평창올림픽 계기에 방남하는 북한 예술단이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활짝 웃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에 파견하는 고위급대표단 명단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포함됐다. 평창올림픽을 북한의 선전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7일 “북한은 이날 오후 통지문을 통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 명단을 통보했다”며 “3명의 단원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이번 고위급대표단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취지에 부합되게 노동당, 정부, 체육계 관련 인사로 의미있게 구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관련 직책과 다른 외국 정상의 가족들이 축하 사절단으로 파견되는 사례도 함께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에 김여정을 파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이목을 북한에 집중시켜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확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어 올림픽을 북한 체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여정이 내려올 경우 북한 김씨 일가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이 남한을 방문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북한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체제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올림픽 무대를 통해 이미지를 쇄신하고 국가이익을 증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고위급대표단 명단에 포함된 최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회원국 여행금지 대상인데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제재 의지를 시험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세기 방북, 만경봉 92호의 입항과 더불어 제재대상의 방남이라는 ‘예외’를 적용하도록 유도, 대북제재 전선을 흩뜨리는 동시에 한미 공조에 균열까지 일으켜보겠다는 심산이라는 설명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포함된 최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56호에 여행금지 대상으로 포함돼있어, 사실상 방남이 불가한 인물”이라며 “북한이 그런 최휘를 대표단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제재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계속 양보를 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곤란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대북제재를 이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는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목적이 올림픽 참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정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체류 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앞으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 체류 기간 동안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