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의하면 北은 이를 이용해 몸값 올리려 고자세”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새누리당 윤상현(정무특보) 의원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전승절 주요 행사로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펼쳐진 군사퍼레이드 이후 무명용사 묘 헌화 과정에서 윤 의원과 김영남이 조우했다. 

그러나 이들이 조우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은 방러 전 북측과 접촉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정부의 남북대화 의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혀, 짧은 만남에서 이러한 대화를 나눈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우리측의 대화재개 의지 표명에 대해 김영남이 한미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 수준에서 그쳐, 대화재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9일 동해상에서 KN-01 대함미사일 3발을 발사하고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의 참관하에 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의 수중 시험발사 성공을 밝혀, 당분간 북한의 대외강경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중단뿐 아니라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원칙적인 대북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가시적인 변화없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문순보 자유민주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0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이 5월이 되면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러면 북한은 자신들이 갑이라고 생각하고 남한을 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이면 북한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몸값을 올리려는 고자세를 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 실장은 “김영남과 윤상현 특보가 만남을 가졌다라도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기했을 수 있다”면서 “향후 북한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기 보단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미사일 등을 발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우리가 자꾸 대화하자고 하면 북한의 입장에서 남조선 애들이 대화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생각하기 때문에, 접촉을 하건, 남북대화를 하건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하다”면서 “이번 윤상현 의원과 김영남의 만남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