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폐허된 北회령 바라보며 마음이 얼어붙다

▲중국 산허(三合)에서 바라본 북한 회령시 전경. /사진=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최근(23일) 조중(북중) 국경선이 있는 삼합망강각(三合望江阁)에 다녀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지역이 북한 회령시라고 하는데, 마을과 농작물들이 다 쓸려 나갔습니다. 이에 북한 주민이 대규모로 동원돼 수작업으로 다시 제방을 쌓았다고 합니다.

그 장면을 목격한 중국 주민이 말해주었습니다.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비조차 없이 마대에 흙을 넣어 몸으로 날리며 제방을 만들었다고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도 합니다. 실제 물이 찼던 지역을 둘러봤는데, 당시의 상황이 엄청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국 산허(三合)에서 바라본 북한 회령시 전경. /사진=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조중 국경은 강이 흐르는 줄기를 따라 나뉘는데, 이번 홍수로 강줄기가 바뀌면서 국경도 다소 달라졌다고 합니다. 물론 큰 차이야 없겠지만, 이번 홍수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선 몇 년마다 홍수가 발생하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북한에서 저수지 수문 여러 개를 동시에 개방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홍수 규모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그만큼 피해도 컸던 것이죠.

마을을 살펴보니, 북한 주민들이 등에 짐을 메거나 자전거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중국 산허(三合)에서 바라본 북한 회령시 해관(세관) 모습. /사진=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사진에 보이는 집은 회령시 해관(세관)입니다. 저 곳을 거쳐 무역상들이 지나다닌다고 합니다.



만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산. 나무가 하나도 없는 민둥산이다. /사진=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장

영하 15, 16도의 연길(延吉) 날씨에 북풍까지 불어서 유난히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지만, 북한 땅을 바라보는 데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망강각(望江阁)에서 본 북한의 산은 벌거숭이였습니다. 반면 중국의 산에는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있네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지역 주민들. 이들의 격차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고민이 제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합니다. 동북아 평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부끄러움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이었습니다.

통일 한반도, 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