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대응서 드러난 한미의 국회의원 수준차이

최근 한국의 국내정치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한숨이 앞선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학자들과 토론을 하다보면,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도 얼마나 한심한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지경이다. 도대체 우리가 어디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우왕좌왕 허둥대며 대책 마련에 뒷북을 치는 행동을 멈추게 될지 예측조차도 불가능하다. 뒷북이나마 제대로라도 친다면 그래도 어떻게 해 볼 기회조차 있을 것이나, 뒷북조차도 제대로 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 불길한 생각이 짙은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미국 여소야대의 북핵문제 공동 대응을 보며

1일자 국내 언론의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막기 위해 불과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뿐 아니라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까지도 초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미 행정부는 북한과 핵 물자를 거래한 랴오닝훙샹(遼寧鴻祥) 그룹 외에 다른 중국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와 제3국에 대한 북한과의 외교단절을 요청했고, 다음날인 9월 29일(현지 시간) 여소야대의 미국 하원은 ‘북한 국제금융망 차단 법안’을 공동 발의하였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북한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서비스 이용금지로 북한은 달러 유입을 차단당하게 된다. 또한 이 법안은 위반 시 즉시 ‘제재’를 할 수 있어서 제3국 금융기관과 북한의 금융거래를 강력하게 중단시킬 수 있다고 한다.

사사건건 오바마 정부와 대립하는 여소야대의 공화당은 왜 대북제재에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 할까? 필자는 “(실제 당사자인 대한민국보다) 미국이 오히려 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심각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어느 한 일간지 기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구에 빠져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던 필자는 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선택이 제한된 억울한 대한민국 국민들

이번 여소야대 정국에서 분명한 것은 세 가지라는 생각이다. 첫째,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다는 것이다. 둘째, 역시 국민들의 선택은 억울하지만 찰나 효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국민들의 옳은 선택과 찰나 효과로 만족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불행하게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여당의 내분에 의해 어부지리 효과로 탄생된 여소야대의 현상은 국민들의 준엄한 여당에 대한 심판의 결과였다. 야당은 이에 대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여소야대는 야당에 대한 명확한 지지가 아니라, 여당의 오만과 교만에 대한 반대 선택이었다는 점을 야당은 겸손하게 받아야만 한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선거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특히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 아마도 세계 일류 수준이라고 자평할 듯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선쟁이’와 ‘총선쟁이’들이 난무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오히려 반대이지 않을까? 국민이 정치에 대해 기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와 관련된 이슈나 뉴스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정치인들은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표을 찍을 날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엾고 억울하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선택이 제한되어 덜 미운 후보를 찍거나 기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서럽다.

생각 없는 정치로 불행한 역사는 억울하게 반복된다

북한의 핵 인질이 될 시점은 이제 겨우 2, 3년 이내이고, 어쩌면 필자의 생각보다도 절반이나 더 앞서서 현실화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중국의 역할은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게 없이 기대할 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지금은 북핵 전력화를 막기 위해 앞장서 있지만, 미국도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선언하는 순간, 미국의 한반도 핵 억제력은 상실될 것이다. 우리는 결국 미국의 최후의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

한반도는 현재 서로 다른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고,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역사적인 선택을 할 시점에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은 또 다시 이 역사적 선택에서 제외될 것이다. 필자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예상은 이렇다.

첫째, 주변국들의 선택에 의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면전이나 핵전쟁에 돌입할 것이다. 이는 미국의 도시가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결단이 될 것이다. 미국의 도시가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하는 순간, 미국이 한반도 전면전이나 핵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둘째,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주변 강대국들 역시 북한의 충분한(?) 핵탄두 보유와 핵 투발(投發) 능력에 대한 간접적인 핵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미일은 북한과의 ‘수교’라는 정상관계와 ‘상호 불가침 조약’을 미끼로 대화모드로 돌입할 것이고, 중러는 무의미했던 북한과의 ‘동맹’의 의미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국을 핵 인질로 잡고 주변 4대 강국에게 이러한 요구를 할 것이고, 미일중러는 이에 대해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반도는 ‘전면전’이나 ‘핵전쟁’ 혹은 ‘핵 인질’이 될 운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사의 흐름은 때로는 기가 막히게 반복되고, 주변 열강들의 자국 이익 추구의 주판알 튀기는 소리는 점점 더 명쾌해 지고 있다.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존망을 밤을 새며 고민해야 할 국민대표라는 여야 정치인들은 지금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반복하고 있는가? 대선 표심은 그렇게 해서는 잡히지 않음을 아직도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