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전문가가 조언하는 북한 재건 방안

[박상봉 칼럼] 통일 전문가 육성하고 관련 연구 심도있게 진행해야

“통일은 어렵다. 비용도 많이 들고 통일 후 남북갈등으로 삶이 더 어렵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 교류 협력을 활성화해 신뢰를 쌓은 후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 이것이 독일통일을 통해 얻은 교훈이며 한국식 결론이다. 모두가 구더기 이야기다. 장 담근 이야기는 빠져 있다.

독일이 독일 통일 27년 만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강대국이 되어 유럽을 리드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독일의 GDP가 유럽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할 정도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여성 정치인으로 벌써 6번째 선정된 바 있다. 통일 전 서베를린을 방문하는 것도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의 동의를 얻어 그것도 손님 자격으로 방문해야 했던 서독 총리가 통일 후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독일이 통일 후 많은 통일비용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통일을 달성한 것은 동독과 서독이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서가 아니라 동독이 서독의 자유민주체제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동독의 잠재력이 서독의 자본과 기술을 만나 개발되며 가치를 발하고 있다. 

디 차이트(Die Zeit)의 ‘북한재건’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 차이트가 2013년 4월 28일 뜻밖으로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북한 재건’라는 보도였다. 내용은 경제학자 울리히 블룸이 통일을 앞둔 대한민국에 주는 메시지다. 독일은 통일과정에서 참고할 사례가 없어 개척자의 길을 걸어야 했다. 당연히 많은 시행착오를 범할 수밖에 없었고 통일비용과 부작용도 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독일의 사례를 차분히 연구해 대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전환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로 유명한 블룸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인물이기도 했다. 통일 후 동독 작센 주 비덴코프 총리는 블룸을 초빙해 재건사업을 지휘해 동독 5개 주 중 가장 성공적인 재건을 이루어냈다. 현재 작센 주는 동독 내 가장 많은 R&D 연구 센터를 보유하는 등 양질의 고용을 창출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독 재건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듣는 비판은 동독은 서독 공장과 작업장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새겨볼 때 그의 역할이 빛난다.

블룸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에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첫째, 한국의 경우, 통일논의는 무성한데 진정 통일을 현실로 이끌어낼 전문가와 연구는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독일에는 없었던 통일부는 물론 각 부처 내 통일담당부서가 있으며 대학에는 통일관련 학과는 물론 통일 연구소도 다수다. 하지만 정치학자, 역사나 심리학자들이 다수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통일도 전에 사회통합, 언어 및 문화통합과 같은 주제가 봇물 터진다.

사회통합은 마치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신부에게 만약 퇴사, 질병 등 큰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결혼도 힘들고 통일도 힘들다. 이렇게 통일이 점점 어렵게 다가오고 있다. 

통일을 경제적 차원의 북한재건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 설사 있더라도 정치경제적 지식은 태부족이다. 단지 통일비용을 내세워 남과 북이 교류 협력을 심화해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비용이 최소화된다는 주장에 매몰되어 있다.

둘째, ‘북한재건’에 게재된 ‘코리아 카탈로그’를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코리아 카탈로그는 독일이 범한 실책과 시행착오를 정리한 것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코리아 카탈로그의 존재만으로도 한국 통일은 독일보다 용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의 코리아 카탈로그

불룸 교수가 ‘코리아 카탈로그’에서 제시한 것은 독일통일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 교훈, 시행착오 및 경험 뿐 아니라 우리의 통일 대비 프로그램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산권 반환이 아닌 보상을 원칙으로 하라는 주문이다.

독일은 통일 후 동독 재산을 원 소유주에게 반환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았고 기업은 재산권 반환 소송에 휘말렸다. 서독은 분단기간 400만 명 이상의 동독인을 수용했다. 서독에 정착한 동독인들의 재산은 동독 정부에 귀속되었고 동독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주민에게 양도되었다. 통일 후 동독 주민이 동독에 두고온 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기대 밖의 혼란과 분쟁이 이어졌다.

1989년 뉴포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동독 급변사태를 이끌었던 데들레프 달크는 통일 후 주택을 잃게 되자 콜 총리에게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원 소유자가 재산권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주택을 빼앗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달크 의원의 지역에는 이렇게 재산권 분쟁에 시달린 건물 및 토지가 70%나 달했다.

한국의 경우는 적어도 이런 실수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재산권 반환은 사유재산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 하에서 당연한 권리이지만 통일이라는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에 권리를 유보하는 방안을 적절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경우 재산권을 입증할 만한 신뢰있는 자료들이 대부분 유실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촉진법을 주문하고 있다.

동독은 만성적인 재정적 결핍으로 산업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었다. 도로, 철도는 물론 통신 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의 상황은 동독보다 열악할 것이다. 북한으로 이전되는 재원들이 인프라 구축에 집중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며 특히 산업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북한 기술자 보호 및 활용이다.

독일통일 초기 좌편향 정치인과 언론은 동독 주민의 이등 국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베를린 장벽 자리에 「머릿속 장벽」이 들어섰다는 조소섞인 비아냥이 화두였다. 사유화 추진 과정에서 우월한 베시즈(Wessis)가 오시즈(Ossis)를 해고하고 불이익을 준다는 루머가 팽배하기도 했다.

물론 재건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동반되어야 하며 향후 일정과 그에 따른 성과를 잘 설명해 사전에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기술인력은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미사일, 핵 등 북한의 앞선 군사 기술은 최첨단이다. 이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R&D 및 공장 설비 등 직접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통일 후 기업은 동독에 판매망이나 서비스 관련 투자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 직접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선입견을 해소하고 R&D와 같은 핵심 시설 및 신규 직접투자를 통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동독 기업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못하고 서독 공장의 연장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동서독 균형발전을 저해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인민군 조직을 활용해야 한다.

북한 인민군은 150만 병력으로 단순히 해체하기에 아깝다. 북한 재건에 이 막강한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곰곰이 연구해 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밖에도 블룸은 우리 사회 희박한 통일 의식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서독인의 가슴에 통일의 피가 끓어오르게 한 것은 헬무트 콜 총리였다. 그는 “우리가 재정적 이유로 통일의 기회를 실기한다면 정부는 역사 앞에서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부터인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불리지 않는다. 그 자리에 통일에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독일통일은 왜곡되어 전해지고 브란트 총리와 에곤 바가 통일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브란트는 동방정책을 추진해 동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기여했지만 보좌관의 간첩활동으로 조기에 총리직을 사임해야 했다. 동방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에곤 바는 반미주의자로 “아데나워부터 콜 총리에 이르기까지 역대 총리는 모두 미국 CIA의 비밀요원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등 친동독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었다.

독일인들은 콜, 부시와 고르바초프를 통일의 아버지로 기린다. 서방정책을 주도했던 아데나워의 인기가 동방정책을 이끌었던 브란트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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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봉

-(現) 독일통일정보연구소(IUED) 대표
-(前) 미래한국신문 이사
서울 장신대 외래교수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민주평통 상임위원 역임
명지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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