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5차 핵실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 만이다. 의도는 오래 전에 확인됐다. 핵과 미사일을 끝내 실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을 정권의 방패로 믿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김정은 정권을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은 진행 중이다. 강도를 더 높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군사적 압박 카드는 선제공격 뿐이다. 외부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북한 내부에서 변화를 끌어내 김정은 정권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꿔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야 한다. 바깥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북한 사람은 수령님 잘 둔 덕에 사회주의 지상낙원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한국 사람은 미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는 북한 주민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회의 주인은 사람이다. 북한 주민의 의식이 변하면, 북한 사회가 변하고 결국, 북한 체제와 정권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8일, 대북외부정보유입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라디오, USB, 노트텔(DVD플레이어), MP3, 스마트폰 등 북한 내에 확산되고 있는 미디어 기기를 활용해 북한 주민에게 더 많은 외부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BBC도 곧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우리 정보기관과 국방부 대북심리전단, 미국의 지원을 받는 민간대북방송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꾸고, 김정은 정권을 약화시켜, 핵과 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북한 주민 가운데 절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외부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유입의 양을 현재보다 최소 열배 이상 늘려야 한다.

북한 내 외부정보유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정부가 민간대북방송에 라디오 주파수를 지원해야 한다. 민간대북방송은 머나 먼 중앙아시아에서 주파수를 임대해 방송하고 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한국에서 전파를 송출한다면, 더 많은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KBS한민족방송의 북한주민 대상 프로그램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한민족방송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방송이지만, 북한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TV를 통해 얼마든지 고국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북한주민에게 도달하는 라디오 전파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KBS한민족방송 전파이기도 하다. 북한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으로 한민족방송의 성격을 바꾸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탈북민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전화를 주고 받거나, USB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넣어 북한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강화해야 하다.

넷째, 해외에 나와 생활하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2015년 비자를 받아 중국에 간 북한 주민의 수가 19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국의 드라마, 뉴스, 가요,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제공 사이트와 컨텐츠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북한 외부정보유입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그러나 북한 외부정보유입의 전진기지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 통일의 동반국가인 한국일 수밖에 없다. 북한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북한주민의 의식과 북한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것은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한반도 통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통 요건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보유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정부와 민간 관련자가 시급히 모여 실행 계획을 짜고, 필요한 법률과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