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가 독재자 김정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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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던 재미교포 신은미 씨. 종북주의 논란 끝에 결국 추방당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신은미 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네잎클로바),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통일대담집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도서출판 615)를 훑어보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보여주는 북한의 표면적인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써 놓았는 데, 북한 사회의 실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가짜 교회에서 가짜로 예배를 드린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꾸밈이 없다. 얼굴빛이 밝고 생기가 넘친다. 이날 이곳(봉수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온 외국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는데, 설마 예배시간도 맞추지 못한 우리에게 가짜 성도들을 대기시켜 놓지는 않았으리라.”(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108쪽)

신씨가 보기에 북한 봉수교회 성도들은 가짜가 아니라는 겁니다. 봉수교회는 행정조직체계로 보면, 조선기독교도연맹에 속해 있습니다. 당조직체계로 보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직속 기관입니다. 봉수교회 목사를 비롯한 전체 성도는 모두 주체사상을 믿고 북한 최고 지도자를 수령으로 모시는 당원입니다. 당연히 종교인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당생활총화도 진행합니다. 당생활총화의 핵심은 수령과 당에 대한 충실성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다만, 겉으로 종교인인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당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당원입니다. 봉수교회 성도들의 당증은 중앙당 금고에 넣어 일괄 보관하고 있습니다. 모금된 성금은 일부를 교회운영비로 쓰고 대부분은 중앙당이 가져갑니다. 봉수교회를 비롯한 조선기독교도연맹의 주요 간부와 성직자들은 김일성 어머니인 강씨 집안 출신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교회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신앙공동체가 아닙니다. 종교를 탄압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은 종교를 탄압하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외부인을 속이기 위한 통전부 소속 정보기관이며, 외부 종교인들의 성금을 걷어 당자금을 벌어들이는 경제기관입니다.

“평양유동인구가 50만명이랍니다. 상주인구가 250만이니까 실제로는 300만 명이 사는 셈이고요. 유동인구가 이렇게 만다는 것은 왔다갔다하는 것이 자유롭다는 뜻이 아닐까요?”(신은미 황선 대담집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 123쪽)

신씨는 북한 주민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듯 합니다. 먼저 거주 이전 문제입니다. 북한에는 당이나 국가기관이 직장 및 거주 이전을 명령해야 거주지를 옮길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거주지를 옮기려면, ‘중앙당 파견장’이나 ‘내각 파견장’을 받아, 평양 거주 승인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파견장 없이 개인이 ‘평양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로 평양 거주 승인번호를 요청하는 사람도 없고 설사 요청한다 해도 승인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자발적 거주 이전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다음 이동 문제입니다. 평양으로 이동을 하려면 ‘평양 여행 승인번호’를 받아야 합니다. 인민보안성이 발급합니다. 뇌물을 주고 불법으로 승인번호를 받을 수는 있지만, 공적인 출장 이외에 사적인 여행을 목적으로 ‘평양 여행 승인번호’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출장증명서와 여행증명서를 당국으로 받아야 가능합니다. 여행증명서의 경우, 친족이나 가까운 일가친척이 사망하지 않는 한, 발급되지 않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위한 자유로운 여행 같은 개념이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씨가 말하고 있는 ’50만명에 이르는 유동인구’는 누구일까요? 아마 지방에서 평양으로 올라오는 ‘돌격대’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평양에 와서 자유롭게 거주하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국가가 대형 건설 사업을 위해 동원하는 ‘강제노역자’들입니다. 이들은 집단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평양에 와서 건설사업을 동원됩니다. 신씨가 설마 강제노역자들이 평양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근거로 북한에 거주 이전과 이동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둘중 하나겠죠. 북한 실상을 제대로 몰라서 본의 아니게 근거 없는 주장을 했거나, 아니면 북한당국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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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씨는 북한에 직접 가서 보고 듣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신 씨는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머리글에서 ‘제가 북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통해 받은 것이 전부였다. 북한 사람들은 사람 모습을 하고 있는 도깨비 악당들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인간입니다. 그들도 공부를 하고 일을 합니다. 그들에게도 가정이 있고, 우정이 있습니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웃고 웁니다. 1970년대 반공교육으로 얻은 단편적인 정보가 전부였던 신씨는 자신이 목격한 북한 주민의 생활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것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충격 때문에 북한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감각과 객관성을 잃고 역편향에 빠진 것은 아닐까요? 신씨의 주장에서는 북한 사회의 장점은 지나치게 크게 보고, 부정적인 측면은 작게 보거나 외면하는 식의 인식 편향이 엿보입니다. 신씨가 지닌 민족주의적 감성이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허구적인 반미 민족주의’와 공명하고, 남한정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까지 겹치면서 북한 사회에 대한 인식 오류가 더 증폭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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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씨의 주장과 활동이 지닌 문제는 북한 독재를 옹호하고 북한 주민의 고통을 은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 씨는 “북한 사회에서는 그런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북한 지도층과 인민들 사이의 단단한 결속력 때문이다.”(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337쪽)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권에 의한 인권 유린과 정치적 억압이 가장 심각한 북한에서 인민들이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지도층과 인민의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철저한 감시와 무서운 처벌 때문입니다. 정부를 비판하면 군중을 모아놓고 총살하고 그 가족과 동료를 죽이거나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는 공포정치 앞에서 누가 저항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100여만명이 정치적 숙청으로 죽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15만여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습니다. 수백만명이 굶어죽었습니다. 2천5백만 전체 인민이 자유를 빼앗긴 채 ‘국가’라는 거대한 감옥에서 감시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 사이의 관계는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결속관계가 아닙니다. 폭력과 공포로 만든 억압적이고 강제적인 주종관계입니다. 신 씨는 둘 사이의 본질적 차이를 예리하게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종북세력에게 활용당할 조건을 갖춘 셈이죠. 실제로 대표적인 종북인사인 황선씨가 신은미 씨와 함께 전국을 돌며 토크콘서트를 했습니다. 신씨의 말과 글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은폐하고 북한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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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RO의 정체가 온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석기RO그룹에 장악된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산됐습니다. 야당은 종북세력과 선거연대를 중단했습니다. 한국사회 종북세력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환경 때문일까요? 북한 정권의 공작사업 거점과 대상이 해외 교포로 점차 이동하는 듯 보입니다.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활동도 북한 정권의 해외 교포 공작 사업의 산물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신은미 씨에게 제안합니다. 북한을 여러 차례 왕래하면서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북한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을 것으로 압니다. 이제 탈북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바랍니다. 국제사회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수집한 유엔인권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기 바랍니다. 신은미 씨가 사랑하는 북한 주민이 가난과 독재의 폭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풍요롭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 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혹시 또 북한에 갈 일이 있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에 이렇게 요청하기 바랍니다. 첫째, 탈북자들과 유엔이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나를 정치범 수용소로 데려가 달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만약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면, 수용소에 갇히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라. 둘째, 왜, 같은 민족을 향해 포탄을 쏘는가? 평화를 말하면서 왜, 핵을 개발하는가? 핵개발을 중단하고 남측에 대한 무력도발을 멈춰라. 그것이 김정은 독재의 하수인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