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國章 교체’에서도 김일성 우상화 빼놓지 않았다

일반적인 국가의 상징은 국기(國旗), 국가(國歌), 그리고 국장(國章)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중에 국기나 국가가 없는 곳은 없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장이 없거나 한국처럼 드물게 쓰는 곳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 국장은 공민증(우리의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북한 공식 자료에 나올 뿐만 아니라 지난 9·9절(공화국 창건일)과 같은 국가 명절 때 TV를 통해 주요한 국가상징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1945년 광복 직후에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국장은 없었고, 남북이 국가상징으로 태극기와 함께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를 사용하였다. 다만 북한은 별개의 국가 상징을 사용했는데, 이는 1946년 1월 1일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기관지 ‘정로’ 첫 페이지(왼쪽 사진)에 등장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한반도의 모습과 양쪽에 리본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당시의 소련 국장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래 사진)

이후 북한은 이 그림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비슷하게 그린 리본없는 한반도의 모습은 공식 행사 때 사용하였다. 예를 들면 1948년 4월에 진행된 남북 연석회의 때, 한반도의 그림은 국장을 대신하여 태극기 사이에 있었는데, 이는 ‘남과 북은 같은 상징을 사용하고 같은 나라’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북한은 단독 정부 수립을 준비하면서 국가 상징을 1948년 7월에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태극기를 폐지하면서 인공기와 더불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장을 국가 상징으로 정의하였다.

이 국장(왼쪽 사진)에서도 소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1940년대 말기에 거의 모든 동유럽 국가들은 이와 비슷한 국장을 선보였고, ‘사회주의 국가의 국장은 양쪽에 호밀 고리가 감싸고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것처럼 되었다. 그리고 북한 국장에 백두산 천지가 있고, 밑 부분에는 신(新)국가의 공업 상징으로 공장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 국장은 몇 개월밖에 사용되지 못 하였다.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공식 선언됐을 때, 국장 모습도 변경되었던 것이다.

공장은 삭제되었고, 대신하여 수풍 수력발전소의 모습이 등장했다(오른쪽 사진). 도안 변경을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간부보다 소련 간부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수풍 수력발전소는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건축물인데, 당시 항일운동가 출신 김일성이나 다른 북한 간부들이 식민지 시대 근대화나 상업화를 국장에서까지 강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련 당국은 소일전쟁 때부터 수풍 수력발전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유일하게 소련에 이출시키게 한 식민지 조선의 공업 문건은 바로 수풍 수력발전소의 발전기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북한 국장 변경은 1993년에 실행되었다(왼쪽 사진). 북한은 ‘국장법’을 채택함으로써 붉은 별 밑에 있는 산을 ‘백두산’으로 정의되었고, 산의 모습도 바꾸었다.

현대 북한에서 건국 과정에서의 소련의 역할을 전부 부인하면서 김일성을 건국자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북한 당국은 국기 및 국장을 만든 인물도 김일성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국기와 국장의 모습을 정의하는 김일성’의 모습도 선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 사진)

위 사진에서 흥미로운 점은 왼쪽에 있는 국장 도안이다. 이 국장 도안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바로 앞서 언급한 1948년 7월부터 9월까지 사용했던 것이다. 즉, 그림을 그린 사람은 이 도안을 본 것은 명확한 것인데, 북한에서 1940년대 말기의 실제적인 자료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림을 그린 화가가 옛날 국장을 제외하곤 이 시대의 사료를 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화가에게 옛날 국장의 그림을 보여준 간부는 1940년대의 수많은 사료를 본 적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예전의 국장 모습을 공식화한 인물이 ‘어버이 수령님(김일성)’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거짓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던 선전 일꾼들의 고뇌가 그려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