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포위사격’ 위협 날리고 머리 복잡한 김정은, 선택은?

괌 주변에 ‘화성 12형’ 미사일로 포위사격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던 북한이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이 전략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미간의 말 전쟁으로 위험수위까지 넘나드는 듯 했던 위기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진정국면을 말하기는 이르다.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다음주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는 언급이 도발을 잠시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실제 도발을 앞두고 주변국의 관심도를 낮추기 위한 기만전술일 수도 있다. 지난달 28일 화성 14형 발사를 앞두고 하루 전 평양의 인민군묘지를 찾았던 것처럼, 북한은 종종 중요한 도발을 앞두고 직전에 주변의 관심을 이완시키는 기만전술을 폈던 적이 많다.

김정은, 애초 결심대로 갈 것인가. 일보 후퇴할 것인가

북한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것이냐의 판단은 애초 북한이 발표한 지점에서부터 살펴봐야 한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방안을 발표한 것이 엄포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사격 방침을 공개하고 괌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북한은 실제적인 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변화가 있었다. 미중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미국의 대응 강도가 생각보다 단호했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중국도 내부적으로 북한에 무모한 도발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김정은이 괌 포위사격 명령을 내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전적으로 미중의 압력이 어느 정도나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칠 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괌 주변의 바다에 미사일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전면전쟁을 시작할 수 있겠느냐는 계산이 김정은의 머리 속에 깔려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라도’ 하는 불안감도 김정은의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한번 결심하면 한다’는 강인한 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것이냐, 내부적으로 다소 면이 안서더라도 전술적으로 일보 후퇴해 후일을 도모할 것이냐의 선택이 김정은에게 놓여 있다.

북한발 위기는 당분간 계속

혹시 이번 국면이 별 일 없이 지나가더라도 북한발 미사일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는 말이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하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 말은 북한도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미국에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이 말이 실현되려면 북한은 언젠가는 괌 정도가 아니라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ICBM 능력을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달 28일 화성 14형 발사로 미국 본토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ICBM의 사거리를 입증했다고 하지만, 재진입과 유도 등 ICBM의 완결판을 확실하게 보여주려면 실거리 발사가 한번은 필요하다고 김정은은 생각할 것이다. 미국 서부 앞바다로 미사일을 날려보내지는 않더라도 미국 본토와의 거리에 해당하는 태평양상의 한 지점으로 ICBM을 시험발사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주변의 압력에 밀려 북한이 잠시 후퇴하는 모습도 있을 수 있고, 대화 국면이 잠시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북한은 결국 갈 길을 계속 가려 할 것이다. 북한의 목표지점이 지금으로서는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핵보유국 목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북한이 평화체제를 얻는 대가로 비핵화에 응할 지는 의문이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핵동결,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교환했던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성명 때에 비해 지금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당면한 목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그랜드한 합의보다는 한반도 위기관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