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비난 수위 높이는 남북, 점점 멀어지는 대화 가능성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 채택에 대해 우리 정부가 환영 의사를 나타내자,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작심하고 비난하고 나섰다. 7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나온 문구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뒤를 감당하지도 못할 주제넘은 망발을 줴쳐댄 괴뢰당국은 가장 참혹하고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식민지하수인에 불과한 괴뢰들이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대며 북데기(짚 부스러기) 속의 쥐새끼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
“괴뢰청와대 것들은 … 혓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주제넘은 망발을 줴쳐대고 있다.”
“동족을 외세의 아가리에 밀어넣어서라도 상전의 환심을 사보려는 천하역적무리들만이 자행할 수 있는 친미사대매국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괴뢰들이야말로 미국 상전과 한짝이 되면 되었지 달리는 될 수 없는 가련하기 그지없는 미국산 삽살개, 보수패당에 조금도 짝지지 않을 동족대결광신자 무리이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난만 나오지 않았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전에 없던 수위로 높아진 것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과 비교해봐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18일 ‘화성 12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처음으로 비난했는데 당시의 표현은 이런 정도였다.

“새로 집권한 남조선(한국) 당국이 이번 시험발사의 사변적 의의를 외면하고 무턱대고 외세와 맞장구를 치며 온당치 못하게 놀아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 5월 18일)

지난 6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하며 처음으로 비난했을 때에도 비난 수위는 다음과 같았다.

“현 남조선 당국자가 집권 후 북남합의 이행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떠들면서도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는 불순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자는 상대를 자극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언동을 그만두고 북남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 (북한 조평통대변인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 6월 21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한의 비난수위가 높아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비례한다. 베를린구상에서 북한에 대한 대화 의지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도발 속에서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작용한 결과이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통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지금으로 봐서는 실현이 쉽지 않아 보인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성명이 합의될 때에 비해 북한의 핵능력은 엄청나게 높아져 있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통한 핵무기 실전배치도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핵보유라는 고지가 눈앞인데 핵동결-핵폐기로 이어지는 로드맵으로 협상에 임하자는 남한 측 주장이 솔깃할 리가 없다.

우리가 운전대에 앉아 한반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도덕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부분은 운전대 잡기가 아니라 한반도 위기관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