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김정은式 ‘토사구팽’…안식처는 어디인가

북한에서 권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권력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야당이나 언론에 의한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 그 자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면허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 한 가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북한에서 최근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꼽으라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안전보위성이란 간첩을 잡고 김정은 체제에 위해가 되는 사람들을 골라내 처벌하는 체제보위기관으로 북한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곳인데, 그 수장을 김원홍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홍이 처음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던 것은 아니다. 김정은 집권 직후 권력의 중요 축은 리영호 총참모장에게 있었다. 2011년 12월 눈 속에서 열린 김정일의 영결식 당시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의 맨 앞에 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리영호는 장성택과 최룡해 등에 의해 2012년 7월 숙청됐고, 장성택은 2013년 12월 ‘국가전복 음모’ 등의 혐의로 처형됐다. 최룡해도 2015년 11월 함경도 소재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한 인물이 김원홍이다. 김원홍은 장성택 처형은 물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최영건 부총리 등 고위 간부 숙청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권력 강화를 위해 조금이라도 잡음을 내는 인사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데 앞장서면서 김정은 시대의 권력자로 부상한 것이다.

“김원홍의 국가안전보위성, 검열받는 중”

그런 김원홍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탈북자단체 ‘NK지식인연대’는 12월 29일 언론간담회에서 “김원홍의 국가안전보위성이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특별한 신임을 악용해 당 위에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비리와 비행을 저질렀다”는 이유 때문이라 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등 북한 엘리트들의 망명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조직지도부와 싸우는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위성 간부들이 줄줄이 숙청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보당국은 보위성이 검열을 받고 있다거나 보위성 간부들이 숙청됐다는 보도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이 같은 보도들을 사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김원홍 본인의 신상에 변화가 생겼다는 얘기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김원홍의 수족들이 잘려나가고 김원홍이 검열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김원홍이 여전히 살아남을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이다.

권력 쏠린 김원홍에 대한 견제 시작

김원홍의 국가안전보위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지금 북한발로 나오는 얘기들의 핵심은 김원홍과 보위성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원홍과 보위성에게 그동안 너무 힘이 쏠린 만큼 국가안전보위성에 대한 ‘손보기’가 필요해졌다는 인식을 김정은이 갖게 된 결과일 것이다.

단순화시키자면 리영호를 장성택이 치고, 장성택을 김원홍이 친 다음, 김원홍도 위기에 서게 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전형적인 ‘토사구팽’을 통해 누구에게도 권력이 쏠리지 않게 아랫사람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김원홍이 만약 조만간 숙청된다면 그 뒤를 이어 부상하는 사람이 한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겠지만, 시간이 지난 뒤 그 사람이 맞게 될 운명 또한 이전의 사람들처럼 숙청의 길일 수밖에 없다. 태영호 전 공사가 말했던 것처럼 “태양에 가까이 가면 타죽는” 것이 북한 체제의 속성인 것이다.

‘토사구팽’식 권력유지는 항시적인 권력 불안정 요소 내포

김정은의 이러한 권력유지 방법은 그러나 항시적인 권력의 불안정 요소를 내포하게 된다. 대개의 사람들이 김정은의 사냥개로 봉사하다 죽음으로 향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겠지만, 생사의 기로에 놓이는 사람들마다 끊임없이 ‘그냥 이대로 죽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주변에서 그 누구도 안식처를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권력 유지 방법이 김정은의 안식처를 앗아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