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아닌 기생충으로 北에 대한 미망을 깨다

[김효진 칼럼] 北도발에 역대급 쿨한 반응 보이는 우리 사회를 보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이제 그 완성도의 정점에 이르고 있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대한민국의 반응은 점점 더 ‘쿨’해져 간다. 흔한 말로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쿨한 상황이 ‘역대급’인지 모른다. 이제 미사일 발사 정도는 새삼스럽지 않다는 무심함의 절정. 가장 쾌재를 부를 당사자는 단 한 명. 그 젊은 독재자의 대남 도발이 이리도 평온한 건 드디어 오랜 숙원이었던 대남 총화사업의 열매가 속속 맺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쏘든, 핵 실험을 하든 그것은 미국과 북한의 일이라며, 어서 북미평화협정으로 화해하라는 미망에 국민 절반은 그런가 착각한다. 국가안보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서 오히려 주변국의 응당한 분노를 진화시켜준다. 대북전선의 첨병이었던 국정원마저 애매모호하게 식물조직으로 전락시켰는데, 괜한 불장난으로 꺼져버린 대북 경각심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할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찰나에 젊은 병사의 극적인 탈북이라니. 일단 과민반응은 자제하고 가만히 지켜 보자는 전략적 판단을 혈기 방장한 지도자 동지와 그 주변 측근들은 합의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심정적으로는 우리편인 누군가가 대신 나서줄 것을 기대하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묘막측한 건 병사의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 몇 마리(실은 몇 백 마리라고)가 미망의 환상을 깨는데 일등공신이 됐다니 신의 섭리인가, 참으로 절묘하다.

태평양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에는 무덤덤해도 뱃속에서 나온 기생충에 저쪽 삶의 실존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깨닫는 통찰이야말로 인간의 보편적 지혜다. 그걸 거부하는 국회의원이 난타를 당하는 건 불문가지. 다이어트를 위해 뱃속에 기생충을 키운다는 별 희한한 코미디 같은 소리는 기생충으로 환유되는 인간존엄의 보편성 앞에서는 맥도 못 추더라는 준엄한 진실의 발견이야말로 반사이익이다.

현실적이고 냉철하며 합리적인 목소리는 문정권 들어 상당부분 침잠해 버렸다. 광장이 그들만의 해방구로 전락했기에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대동소이하기까지 하다. 정말 완전히 넘어가는 건가.

오히려 희망은 기생충에서 발견됐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무명의 젊은 병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온몸을 던진 한 의사와 온몸의 피가 빠져 나온 병사의 뱃속에서 살아나와 우글거리는 기생충이라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미사일에도 끄덕 않는 망각에 갇혀 있던 북한의 실존을 일깨워줬으니 말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은 기정사실화됐다. 역설적이게도 대북 평화를 사랑하는 대통령 ‘덕(?)에 한동안 대한민국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함을 누릴 것이다. 그것이 실은 ‘가짜였다는 진실을 깨닫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무기력한 처절한 절망감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뜬금없는 기생충의 출현은 어쩌면 전능자의 오묘한 경고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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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現) (사)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
-(前)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아시아연구기구 초빙연구원
-고려대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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