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떡국? 북한선 설에도 송편 먹어요”

북한은 2003년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음력설을 쇠기 시작했다. 올해는 김정일 사망으로 추모행사가 많지만 평년 설 연휴 모습은 남한과 별로 다르지 않다. 차례를 지내고 이웃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한다. 가족단위로 윷놀이도 하고 설 음식도 해 먹는다.


설날 아침에 주변에서 필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북한주민은 설날에 무슨 음식을 먹느냐는 것이다. 송편이라고 대답하면, “설날에도 송편을 먹느냐”고 다시 묻는다.


북한에서도 설날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꼽아 기다린다. 설날을 잘 먹고 즐겁게 보내야 한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설날이 되면 떡이라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은 어렵지만 나름 기대를 갖게 된다. 


이곳에서는 설날하면 떡국을 떠올리지만 북한은 다르다. 떡국을 차려 먹는 집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는 떡국을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그냥 밥과 나물 등을 차려 설날 밥상을 마련한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송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 수준에 따라 명절 준비도 천차만별이다. 북한에서도 부유층들은 설 명절에 돼지고기와 생선, 두부 요리 등을 장만한다. 저소득층 주민들은 이런 음식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밥과 나물이라도 마련하면 다행이다. 이마저도 상을 차리려면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생활이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명절날 떡을 해먹으려면 한 달이나 보름 전 부터 쌀을 조금씩 절약해 명절날 떡을 하게 됐다”며 “값이 싼 콩을 속에 넣고 송편을 해 먹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주민들이 명절날 쌀떡을 먹으려면 감자 8kg, 옥수수 3.5kg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감자떡이나 옥수수떡을 해 먹는 집들도 많다. 밥만 쌀로 하고 수수떡이나 밀가루로 빵과 만두를 하는 집들도 많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감자떡이나 기장떡, 조찰떡도 해먹는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설날에는 쌀떡을 먹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있다. 대신 쌀이 들어가는 양을 줄이기 위해 송편을 선호한다. 통 쌀 1kg으로 송편을 하려면 콩이 350g정도 소비된다. 콩은 쌀에 비해 가격이 낮기 때문에 송편 속을 콩으로 채우면 돈을 아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떡을 찌는 걸 보면 명절이 주는 의미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명절이면 고기와 각종 음식을 맘껏 먹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낭비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음식은 나누는 것이 미덕인데 북한 주민과도 나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