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없는 나라’에 살면서 ‘세금’ 때문에 허리 휜다

북한에서 4월 1일은 ‘세금제도 폐지의 날’로 기념된다. 1974년 3월 21일 최고인민회의 법령 ‘세금 제도를 완전히 없앨데 대하여’가 발표된 후 북한은 내외적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대외 선전용일 뿐 북한 주민들은 나날이 늘어나는 국가적 의무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세 = 각 시군 단위 마다 배전소 부원들이 분기별로 담당 구역들에 나가 인민반장과 함께 집집마다 순회하면서 전등 갯수와 전기용품 현황에 따라 전기세를 걷는다. 90년대 후반 평양시내 전기세는 분기마다 가구당 20원 전후였다. 전기세를 줄이기 위해 배전소 부원들의 검열이 시작되면 미리 집안의 전등을 뽑거나 다리미와 같은 전열기구를 감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가 발표된 이후 주민들이 물어야하는 전기세도 증가했다. TV, 냉장고, 선풍기 등을 갖추고 사는 부유층들이 몰려 있는 평양 중구역 고급 아파트에서는 한 가구가 매달 800~900원(화폐개혁 전 구화폐 기준)정도의 전기세를 내는 집도 있었다.


7.1조치 이후 전기세와 관련해 배전소 측과 주민들간 마찰이 늘어났다. 주민들은 전기 공급이 들쭉날쭉 하는 마당에 때마다 전기세를 걷어가는 배전소 부원들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비식량과 조직생활비 = 북한은 주민 식량공급 기준을 ‘1급~9급’ 총 9단계로 나눠 각각 1일 900g~100g까지 배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각 급수마다 최대 100g까지 예비식량 비축 명목으로 사전에 징수한다. 식량난으로 인해 정량배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예비식량 사전 징수는 완강하게 집행되고 있다. 여기에 당, 조직생활 명목으로 임금에서 2% 정도를 바치도록 강제하고 있다.
 
사적지 전적지 건설 지원 = 북한은 당 조직들과 근로단체 조직들을 내세워 주민들의 ‘자진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위한 사적지, 전적지 건설 뿐 아니라 내각에서 담당하는 건설사업에 대한 지원사업도 수시로 조직된다.


돈이 없어 적극적으로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에게는 ‘충성심’을 시비삼아 사상투쟁 무대에 내몰리는 압박을 받게 된다. 주민들은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곡괭이, 삽 등 작업공구나 간식거리 등을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무상교육 = 말은 무상교육이지만 학교 운영과 관련된 비용이나 물자는 모두 학생들과 학부모 책임으로 돌아오고 있다. 학생들은 파지, 파철, 파고무 모으기나 ‘좋은일하기 운동’ 명목으로 토끼를 키워 학교에 바쳐야 한다. 2000년 이후에는 학교에 납부해야할 물자를 마련하기 위해 시장 주변에서 장사에 나서는 학생들도 있었다.


▲시장 자릿세 =7.1 조치 이후 시장에서 걷어지는 세금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장 자릿세는 7.1조치 이전, 이른바 ‘장마당’ 시절에도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전국의 시장관리소에서는 각 품목에 따라 시장관리세 납부 규칙을 정하고 시장 상인들에게 자리세를 받았다. 국수장사는 하루에 10원, 두부장사는 하루에 3원 식으로 자리세가 부과됐다.


7.1조치에 따라 2003년 말부터 종합시장이 들어서면서 시장 자릿세는 더욱 체계화 됐다. 판매되는 물품의 종류에 따라, 매대별 하루 매출에 따라 시장관리소에서는 자릿세를 매겼다. 현재 함경북도 회령시 남문시장의 자릿세는 신화폐 기준 매달 100원씩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자릿세와 별도로 판매되는 물품에도 월 단위 세금이 붙는다. 남문 상인들은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에 따라 공업품의 경우 300원, 돼지고기 180원, 담배 술 생선 150원, 식량 120원, 일반 잡화 100원 등의 세금을 추가로 더 내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세계 유일의 세금없는 나라’로 선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북한 인민들은 날로 늘어가는 세금과 부역으로 허리가 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