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둥이, 우상화 이름짓기 아세요?

▲ 중앙TV에 소개된 평양산원 세쌍둥이

북한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다(多)출산 정책을 장려했다. 90년대 대아사 기간동안 주민이 너무 많이 죽은 탓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노동력이 떨어지고, 특히 선군정치를 펴는 김정일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군인 확충이 어렵다. 그래서 다출산 정책을 장려한다.

이 때문에 쌍둥이를 낳으면 노동신문에 소개하고 축하해준다. 북한체제는 ‘장군님의 선군사상’대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쌍둥이들 이름도 여기에 맞게 작명한다. 90년대 후반부터 ‘이상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다둥이를 출산하여 북한선전매체에 소개된 서향월씨도 9번째 딸의 이름을 ‘혁명’이라고 지었다. 이에 따라 ‘혁명’이의 오빠들인 ‘결철’ ‘사철’ ‘옹범’ ‘위철’ ‘선군’이와 언니들인 ‘총별” 폭별’ ‘탄별’이의 이름을 합치면 ‘선군의 길에서 결사옹위의 총폭탄이 되라’는 구호가 된다. 장군님을 결사옹위하자는 이야기다.

이름만 들어도 이들은 선군정치 이후의 90년대 후반 출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평양산원에서 태어난 세 쌍둥이와 네 쌍둥이일수록 이름이 이상하게 지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김정일의 개인 우상화는 태어나는 아기의 이름에 그대로 박힌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8월 25일 “4월 16일 평양산원에서 출생한 아이들의 이름을 ‘소백수'(북한에서 김정일의 생가라고 하는 백두밀영집앞 개울 이름)의 맑은 물처럼 티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아버지 장군님(김정일)을 받드는 선군동이로 자라나라는 의미로, 맏아들은 림소백, 둘째 아들은 림백두, 셋째인 딸은 림수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984년 남포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의 이름도 일순이, 편순이, 단이, 심순이로 ‘일편단심’에 맞추어 지어졌다. ‘선군영도’의 이름을 따서 김선옥, 김군옥, 김영도로 짓는가 하면, ‘총폭탄’ ‘일당백’ ‘친위대’ ‘충성심’ ‘로동당’을 가지고 이름을 지은 세 쌍둥이들은 수두룩하다.

북한에서 유행하는 이름짓기는 김정일 우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의 구호를 반영하는 것도 많다. 1993년 12월 6일 평안남도 숙천군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의 이름은 백조성, 백국성, 백보성, 백위성이다. 가운데 돌림자를 합하면 ‘조국보위’가 된다.

2000년 1월 23일 함북 온성군 중산리에 사는 한영실 여인이 낳은 세 쌍둥이의 이름도 ‘강성대국’의 의미를 담아 최강국, 최성국, 최대국으로 지어졌는가 하면, 마찬가지 의미로 정강심, 정성심, 정대국도 있다.

평양산원 출생 쌍둥이는 당위원회에서 지어

문제는 부모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평양산원에서 쌍둥이를 낳게되면 당에서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당위원회에서 부모에게 “이번 쌍둥이는 이름을 ‘충성이’로 합시다”고 제의하면 부모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쌍둥이는 난산이기 때문에 큰 병원에서 낳아야 하고 평양산원 당위원회는 김정일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우상화 이름을 짓는 것이다.

평양출신 탈북자 김영희(가명)씨는 “평양산원에서 출생하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당의 배려를 받고 태어났다고 하여 당에서 직접 이름을 권유한다”며 “부모들도 이름이 이상하니까 집에서는 선둥이, 후둥이, 막둥이식으로 별명을 따로 부른다”고 말했다.

북한에도 이름이 자식의 장래문제에 영향을 준다고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아버지 어머니가 밤새 토의한 다음 짓는 풍습이 남아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형제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가운데 자를 돌림자로 짓고, 딸의 경우 정(正)자나, 순(純)자를 넣어 바르고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는 사례가 아직 존속되고 있다.

70년대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일가족과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이름들은 다 고치게 했다. 또 자(資)자는 자본주의 잔재라고 하여 짓지 못하게 하고, 미(美)자는 미국을 의미한다고 못 짓게 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