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인민군 특무상사] 북한군 체력, 싸울 힘도 없다

1월 12일자 국방일보는 군 급식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장병 사기와 체력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을 보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군인들이 살찌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또 국방부는 열량의 하향조정에 따라 수입쇠고기와 한우쇠고기비율을 6대1에서 5대5로 높일 예정이며, 소시지 원료인 돈육비율을 34%에서 70%로, 돼지갈비의 급식횟수를 연 15회에서 18회로 늘리고 과일, 주스 등 후식은 질적 개선을 도모하기로 했다.

북한 인민군에 비하면 우리 국군이 ‘영양과다’인 셈이다. 현재 국군의 평균 키는 174cm, 몸무게는 평균 68kg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단백질 음식을 장려하되 열량을 낮추는 추세로 나가고 있다.

인민군 식단표는 ‘장식품’

이에 비해 인민군은 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싸움을 할 수 없을 만큼 전투체력이 저하됐다. 현재 인민군의 평균키는 160cm, 몸무게는 49kg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엄청난 격차다. 만약 일대 일 백병전이 붙으면 인민군은 국군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인민군에 복무할 당시(1991년~1997, 특무상사 제대)에 심각한 식량난으로 군대에 수많은 영양실조자가 발생했다. 중대식당으로 들어가면 벽에 육류, 쌀, 물고기, 남새(채소), 과일 등으로 푸짐한 그림을 그려놓고 칼로리 분석표가 일일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식탁을 마주하고 보면 먹을 것이 없다. 한끼에 보리밥은 180gr, 소금 국, 염장 무 조각이 고작이다. 20대의 한창 먹을 나이에 군대에 징집되어 성장발육이 되지 않아 키도 크지 못하고 몸은 바짝 여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은 ‘군대들도 하루에 한끼는 죽을 먹자’고 지시한 다음 전연(전방) 부대들까지 한끼 죽을 먹었다. 북한은 군대에 돼지고기 공급을 인민군 돼지목장에서 충당해오다가 식량난이 심화되어 돼지에게 먹일 사료가 떨어지자 농민들에게 한 가구당 일년에 돼지 한 마리를 키워내라고 지시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농민들은 농사꾼으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마지못해 돼지를 길러 바쳤는데 40kg 정도 되면 징발했다.

군대의 후방공급 차는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돼지를 걷어가 후방창고에 넣고 사업용으로 쓴다고 하면서 군인들에게 급식을 주지 않는다. 떼먹는 것이다. 인민군대 내에서도 부정축재 현상이 만연했는데 군 내 당조직 정치부를 등에 업고 여단은 후방부 여단장, 대대는 후방부 대대장, 중대는 사관장이 양식창고와 피복창고를 관리하고 부대물자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한다. 그냥 장부 책에 올려만 놓으면 ‘땡’이다.

식량해결도 각자 ‘항일빨치산식’으로

이렇게 되자 군인들은 훈련에서 배운 것을 실전(?)에 맞게 써먹곤 했는데 그 대상이 인민들이다. 부대 안에서 고참들, 분대장들이 자기 분대원들로 습격조를 조직하여 농장 축산반(돼지사육장)에 가서 돼지를 까오고(훔쳐오고), 탈곡장에 가서 쌀을 가져다 먹는다. 말하자면 ‘항일 유격대식’이다.

북한군은 상시적으로 군대를 170만 여명을 유지하고 있는데 보통 전투 구분대(특수부대, 전방부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대들은 건설공사에 동원된다. 서해갑문, 금강산발전소, 고속도로건설에 동원되곤 했는데, 제대로 먹지 못하고 힘들게 일하다보니 공사에 동원된 병사들은 물론 장교들까지 영양실조에 걸렸다. 한 개 분대 7~8명 중 3명은 영양실조로 감정제대(의병제대)로 귀가하거나 병 치료를 가고, 한 두 명은 탈영하여 들어오지 않았다.

북한에 너무 군대가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민지대에서 군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탈영한 군인들은 주민들의 집을 습격하여 돼지를 밀도살하거나, 길가는 주민들을 습격하여 돈과 물건을 빼앗는다. 오죽하면 ‘장군님의 군대’라고 하면 주민들이 ‘마적대’ ‘토벌대’라고 하면서 미워할까.

1990년대 한창 식량이 어려웠던 시절에 주민들은 자식들에게 ‘군대 나가서 밥 근심이라도 덜자’며 군대로 보냈지만 군대도 마찬가지로 병사(病死) 혹은 영양실조로 제대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부모들은 군대로 나가는 것을 끔찍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보내지 않으려고 뒷거래를 하고 있다.

북한군의 심각한 영양실조 현상은 군사력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들은 이야기다.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살아 있을 때 김정일이 오진우, 최광(당시 총참모장) 등 군 수뇌들과 담화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정일은 “조국을 통일할 준비가 되었는가” 하고 묻자, 오진우는 “명령만 내리면 단숨에 부산까지 밀고 내려가 통일시키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최광은 깊이 생각하며 “지금 인민군은 전투준비가 되지 않았다. 인민군은 영양실조 때문에 싸움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김정일이 그제서야 인민군 군부대를 예고없이 시찰하기 시작했다. 인민군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기나, 전투력 부족이 아니라 군인들의 체력, 영양실조가 큰 문제라는 것을 심각하게 인정한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