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장 백두산 대국 기착지 ‘만리마선구자대회’ 불발

김정은이 12월 8일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북한이 2014년 ‘백두산 대국’을 공식선언한 후 백두산 등정은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2012년부터 북한은 김정은과 백두산을 연계시키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김정일 생존 시에 이미 진행되었었다. 30일자 노동신문, <건국사에 특기할 대회합>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김정일의 교시를 적시했다. “김정은 동지는 령장으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훌륭히 갖춘 백두산형의 장군입니다” 김정일의 이 말은 그 당시만 해도 백두혈통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정당성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 2012년에 접어들면서, 김정은과 백두산은 새로운 의미로 연계되기 시작하였다.
 
2012년 1월9일 노동신문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백두의 행군길을 끝까지 이어나가자> 사설에서 “김정은 동지의 존함은 이미 전부터 우리인민의 심장 속에 새겨져왔고 그이의 비범성은 전설처럼 전해져왔다······뛰여난 군사적예지와 무비의 담력, 령활한 령군술로 우리 혁명무력을 무적필승의 백두산혁명강군으로 강화발전시키는 김정은 동지의 모습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또 한분의 전설적인, 선군령장을 모신 크나큰 민족적 영광을 심장깊이 절감하였다.” 이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백두산은 이제 단지 혈통적 당위성 차원을 넘어 김정은 정권이 달려갈 목표지점이 되었다. ‘백두의 행군길’의 종착지가 곧 ‘백두산 대국’인 것이다. 다음 글에서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새로운 주체 100년대의 행군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현명한 령도가 있고 백전백승의 조선로동당과 일신단결, 천하무적의 백두산혁명강군과 자립경제의 막강한 토대가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여기서 북한인민군대를 ‘백두산혁명강군’이라 지칭했다. 2015년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은 핵무기의 위력을 귀중한 ‘정신적 량식’이라고 제시하였다. 이는 김정은이 내세운 ‘백두산 대국’완수에 있어 핵무력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되었음을 뜻한다.
 
북한이 2016년 1월6일, 첫 수소탄시험을 성공하면서 내건 구호가 “백두산 대국의 힘 천하를 뒤흔든다”이다. 김정은이 선언한 백두산 대국의 힘은 무엇보다 핵 무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당히 핵보유국의 전렬에 올라섰다고 자평하면서 김정은을 천하를 뒤흔드는 백두산대국의 위대한 힘이라고 하였다. 김정은은 이날, 핵무장만이 북한체제를 유지해주는 확실한 담보라고 하였다. 이처럼, 핵 무력은 백두산대국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종착지로 삼는 ‘백두산 대국’의 절대요소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지난달,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는데,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김정은 동지의 전무후무한 핵무력건설업적’이라고 강조하며 ‘사회주의강국건설사에 특기할 거대한 사변’이라고 표현하였다. 왜냐하면, 미국본토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중량급핵탄두장착이 가능한 또 하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기체계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국가핵무력완성 및 로케트강국위업이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즉, 김정은이 내세운 핵-경제병진 노선에서 핵 무력이 완전히 달성되었다는 것이다. 북한 전역에서는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대업, 로케트강국위업의 위대한 대승리를 안아오신 절세의 애국자 김정은 장군만세!>라는 구호가 넘쳐났다. 이처럼, 북한은 핵무력 완성이라고 방점을 찍어둔 상태이다.
 
백두산 대국의 기착지, ‘만리마 시대’의 신호탄 <만리마선구자대회> 불발

북한은 올 연말에 평양에서 <만리마선구자대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이 대회는 ‘만리마 시대’의 신호탄이다. 만리마 시대는 북한이 백두산 대국으로 가는 기착지이다. 즉, 백두산 대국은 만리마 시대를 통해 열려진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김정은이 현재 만리마 시대를 활짝 열었다고 하면서 ‘창조의 거장’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최근에 북한 전역에서 동일하게 외치는 구호는 ‘만리마 시대’이다. 그 결정판이 ‘만리마선구자대회’ 였다. 김정은은 지난달 10월 7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2차전원회의에서 이것에 대해 강력한 지침을 내렸었다. 북한은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총비상이 걸렸었다. 그런데, 대회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왜 이 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일까. 아니 못한 것일까.
 
<만리마선구자대회>는 김정은이 작년 12월에 ‘강원도 정신’의 전 지역 확산화라는 목표아래 개최를 지시하였다. 올해 초, 당중앙위원회에서도 “강원도정신으로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자력자강의 영웅신화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우리 인민의 비상한 애국열의와 앙양된 투쟁기세를 더욱 고조시키기 위하여 올해 말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만리마선구자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보도문을 내었다. ‘강원도 정신’은 ‘백두산 칼바람정신’과 마찬가지로 자력자강을 뜻하는 것으로 김정은이 작년 12월 원산군민발전소 시찰시 강조한 것이다.
 
<만리마선구자대회>는 김정은이 내세운 핵-경제병진노선에서 북한이 핵 무력뿐만 아니라, 경제강국으도 도약했음을 알리려는 신호탄이었다. ‘자력자강’을 기치로 내 걸면서 핵도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굴하지 않고 견결히 버텨낼 것이라는 의지표명이기도 했다. 지난달 당 2차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올해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가중되는 제재 속에서도 나라의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그 위력으로 인민경제가 장성하였다”, “적들이 그 어떤 제재를 가해온다 해도 나라의 경제구조가 자립적으로 완비되여있고 그 튼튼한 토대가 있는 한 우리의 앞길을 능히 개척할 수 있다는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오늘의 조성된 정세와 현실을 통하여 우리 당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한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여 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데 확신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국제제재에 대한 혁명적 대응전략을 제시하며 그 실현을 위한 인민경제 부문별과업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만리마선구자대회>는 김정은이 지시한 ‘인민경제 부문별과업’의 성과들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면서 각 부문별 희생적인 만리마 영웅들을 내세우며 충성경쟁을 더욱 부추기고자했다. 또한 이 대회를 통해 반미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고자 했다. 왜냐하면 ‘만리마 정신’에 있어서 반미투쟁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 한 사설(22일)에서 “제7기 제2차전원회의 정신(만리마 정신)을 높이 받들고 미제의 포악무도한 제재압살책동을 단호히 짓부시며 올해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공격전을 맹렬하게 벌려나가고 있다”고 하면서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에 박차를 가하자고 하였다.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로 대체, ‘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 차질

<만리마선구자대회>가 무산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대하는 만큼 각 부문별에서 희생적인 만리마 영웅들이 배출되지 않은 듯싶다. 더불어, 각 부문별로 이렇다할만한 큰 성과가 나지 않아 축포를 터트릴 게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축제가 아닌 결의형식인 당세포위원장대회로 대체하지 않았나 싶다. 북한은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를 진행하였다. 김정은은 대회 3일째인 23일, ‘당세포를 충성의 세포, 당정책관철의 전위대오로 강화하자’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에서 김정은은 <만리마선구자대회>를 통해 하려고 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우선적으로 반미투쟁을 더욱 부추겼다. “날로 강대해지는 우리 국가의 위력에 질겁한 미제국주의자들과 적대세력들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가로막아보려고 반공화국제재압살책동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전원회의가 제시한 혁명적대응전략으로 적대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시고 사회주의강국건설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기 위하여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당세포를 강화하고 그 전투적 기능과 역할을 높이며 활동을 적극화해나가야합니다.”
 
다음은, <만리마선구자대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주지시키고 관철시키려고 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에 대해서이다. “당세포위원장들은 현시기 세포사업의 중심을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전원회의 결절관철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에 두고 당원들과 근로자들을 그 실현을 위한 투쟁에로 총동원하여야 하겠습니다.” 김정은은 작년 제7차당대회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선언했었다. 올해가 2년째이다. 따라서, 만리마들(김정은은 인민들이 만리마의 등에 올라탔다고 했지만, 북한인민들 자체가 쉼없이 달려야하는 만리마이다)은 아직 3년을 더 달려가야 한다. 그렇다고 그곳이 종착지는 아니다. 그들은 목숨이 붙어있을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 할 운명이다. 안타까운 것은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비록, <만리마선구자대회>가 불발에 그쳤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갖은 구호를 내걸면서 만리마들이 최대한의 속력으로 달리도록 채찍을 가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가속도를 제대로 내게 하려고 했던 <만리마선구자대회>가 무산되어버렸다. 어떤 함의가 있을까.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쟁과업과 방도들 제시하며 불철주야의 초강도강행군을 명령하였었다. 5개년계획의 성패는 <만리마선구자대회>에서 축포를 터트리냐에 달려있다고 하면서 최고의 속력을 요구했었다. 그 속도의 원동력이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축포는 터지지 않았다. 김정은 말대로 5개년 계획의 성패가 좌우될 만리마선구자대회였다면, 일단 5개년계획이 제대로 안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만리마들이 제대로 속도를 못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금이 간 것일까. 어찌되었든, 북한은 올 연말에 축포를 쏴 올리지 못했다. 만리마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려고 했지만, 불발탄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만리마들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죽어라 내달려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2018년은 북한의 공화국창건 70년이 되는 해로 올해보다 더 큰 의미가 부여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일, 김정은의 신년사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차곡차곡 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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