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017年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하다

‘2017 백두산 선언’에 김정숙 빠지고 김정은 들어가…공식적으론 쉬쉬

올해, 8월 14일 백두산 정상에서 열린 제5차 ‘백두산위인칭송국제축전’은 김정은 우상화의 정점을 보여 주었다. 이 대회에는 2017 백두산위인칭송대회 국제준비위원회 명예위원장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김기남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과 나이지리아, 일본, 러시아, 덴마크 등의 북한친선협회 위원장들 및 각국 대표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이 대회에서 네일 피쯔게랄드 오세안지역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017 백두산선언’을 낭독하였는데 그 다음날 노동신문은 ‘백두산선언’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이 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백두산 3대장군’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1917-1949, 김정일 생모)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통해 김정숙의 자리에 김정은이 앉은 것이다. 그 근거들은 대략 네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이 대회의 또 다른 명칭이 ‘백두산태양맞이모임’이다.
북한에서 태양은 대표적인 지도자상징이다. 이 상징은 김일성(주체의 태양), 김정일(선군의 태양), 김정은(세계의 태양)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 김정숙은 태양이라 불리지 않는다. 선언문에서 세 가지 주요선언을 하는데, 첫 번째, 두 번째가 바로 ‘태양’과 관련된 내용이다.
1. 위대한 김일성각하와 김정일각하는 자주시대와 더불어 영생하시는 인류의 태양이시다.
2. 경애하는 김정은각하는 인류자주위업을 빛나는 승리에로 향도하시는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이시다.
선언문은 ‘21세기의 위대한 태양 김정은각하 만세!’로 끝을 맺는다.

둘째, 백두산위인들을 칭송하는 국제대회 선언문에 김정숙 관련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이름도 전혀 거명되지 않았다. 이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김정숙은 분명 ‘백두산 3대장군’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김정숙은 1998년에 김정일에 의해 ‘백두산 녀장군’으로 불리다가 2005년에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했다. 김정은이 등장할 무렵인 2008년에 대대적으로 선전되기도 하였다. 북한에서 김정숙은 ‘혁명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 ‘선군의 어머니’등으로 불리며 북한전체여성들이 흠모하고 본받아야할 인물로 선전되어왔다. 즉, 김정숙은 김일성, 김정일과 더불어 우상화의 대상이었다. 북한의 여성대표 잡지인 「조선녀성」(1946년 창간)은 김정숙 우상화의 양상을 잘 보여준다. 이 월간지는 1998년부터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동지를 따라배우자>라는 코너를 통해 김정숙 우상화에 앞장섰다.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 2012년부터는 이 코너는 없어졌다. 대신, 김정은을 선전하는 <희세의 천출위인> 코너가 생겨났다. 김정숙을 선전하는 단독 코너는 사라졌지만 <영원히 받들리 백두산3대장군>이라는 새로운 코너에서 김정숙 관련 내용이 실렸다. 이처럼, 김정숙은 2017년 8월 이전까지만 해도 ‘백두산3대장군’의 반열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2017년 백두산위인들을 칭송하는 선언문에서 ‘김정숙’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셋째, 김정은을 ‘또 한분의 백두산위인’이라 칭송했다.
선언문은 분명히 김정숙을 제외한 김일성, 김정일을 칭송한 이후 김정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칭송한다. “오늘날 진보적 인민들은 크나큰 영광과 환희속에 사상과 령도, 풍모에 있어서 그분들과 꼭 같으신 또 한분의 백두산위인을 맞이하였다.” 여기서 ‘그분들’은 선언문 앞뒤 문맥을 볼 때, 김일성과 김정일을 가리킨다. 김정숙은 제외되었다. 그 다음 ‘그분들과 또 한분의 백두산위인’은 바로 김정은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을 볼 때, 김정은이 백두산 3대장군이 되었음이 자명해진다.

넷째, 김정은과 ‘백두산대국’과의 연결점이다.
선언문은 “적대세력들의 끈질긴 압박과 제재속에서도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세인을 놀래우는 만리마의 기적들을 끊임없이 창조하며 백두산대국의 영웅적기상과 무진막강한 국력을 만방에 떨치시고 선군의 보검으로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시는 김정은각하의 천출위상에 국제사회는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김정은을 칭송한다. 이 선언문은 ‘백두산대국’을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백두산대국은 정의와 진리의 힘으로 온 세계의 자주화를 힘있게 고무추동하는 승리의 기치이다.”라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백두산대국’을 연결시킨다. 즉, 김정은이 백두산 대국을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라는 것이다. 이것이 ‘2017 백두산 선언문’의 핵심요지이자 취지이다. 북한은 2014년에 공식적으로 ‘백두산 대국’을 선포한 적이 있다. 백두산대국을 이끌어갈 김정은이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왜, 북한은 김정은의 ‘백두산 3대장군’ 등극을 공표하지 않는가?
   
2017년 8월 14일부로 김정은은 ‘백두산 3대장군’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 각종 매체들도 조용하다. 김정은의 ‘백두산 3대장군’ 등극이 2017년 김정은 우상화의 최절정임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이를 공표하지 않는 것일까. 북한체제 속성상 김정은의 지시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무엇 때문에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일까. 무엇이 부담요인으로 작동된 것인가. 필자는 두 가지로 추정해본다.
 
첫째, 김정일 통치방식에 대한 반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김정숙은 김정일 우상화에 있어 핵심 매개체이자 김정일 통치방식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시기 ‘선군정치’의 대표적 상징인물이 바로 김정숙이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김정숙을 ‘선군의 어머니’로 불렀다. 선군정치가 사상화 되고 국가지도이념이 되면서 김정숙을 ‘백두산 3대장군’의 반열(2005년부터)에 올려놓은 장본인도 김정일이다. 김정은의 ‘백두산 3대장군’ 등극을 공표하는 것은 김정숙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을 공식선언하는 꼴이다. 이는 자칫 김정일 통치방식에 반하는 것으로 내비쳐질 수 있다. 김정은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북한전체인민들에게 ‘백두산 3대장군’으로 김정숙이 너무나 깊이 각인되었다. 1998년에 ‘백두산 녀장군’으로 불리던 김정숙은 김정일에 의해 2005년부터는 ‘백두산 3대장군’의 반열에 올랐다. 곧 바로 북한전체 인민들에게 이 사실은 공표되었다. 2008년에는 ‘백두산 3대장군’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활동이 전개되었다. 북한전체인민들에게 깊이 각인되고도 남았다.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북한 각종 매체들은 김정숙을 ‘백두산 3대장군’으로 소개하였다. ‘백두산 3대장군’하면 김정숙을 바로 떠올리는 북한인민들에 대한 부담감도 김정은에게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북한은 아직까지도 속 시원하게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덩달아 북한매체들도 조용하다. 그로인해 남한매체들은 여전히 김정숙을 ‘백두산 3대장군’이라고 기사화하고 있다. 언제 북한이 김정은의 ‘백두산 3대장군’ 등극을 공식적으로 선언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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