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비핵화 모호성 벗고 미래 지향적 전략 선택해야

지난 8일, 한미 양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양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 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로서,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 동맹 차원의 결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공동 성명은 사드체계의 배치에 대한 원인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다수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대한민국과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대한 심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드체계의 배치는 결국 북한의 연속된 핵실험, ‘무수단’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방어적 대응의 필요성이 그 이유임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또한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우려를 고려하여 한미 양국은 “사드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외교부의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은 중국을 포함한 관계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중국은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여부와는 별도로, 북중관계 및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전략적 가치’와 ‘전략적 부담’이라는 중국의 상반된 인식은 현 북중관계의 현실이자, 한중관계의 발전이 북중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한중관계의 발전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더욱 모호하게 했지만, 중국의 한반도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중관계의 성공적인 발전 사례를 들어,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중국은 아직도 한반도 전략의 모호성이 제공하는 이중카드의 활용가치에 대한 미련이 분명 남아있다.

사드 배치를 발표하기 이전의 중국의 태도는 사드 배치가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로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국방 능력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한국에 계속해서 압력을 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류적 의견이었다.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난 이후 현재까지 필자가 북경에서 느끼는 중국의 태도는 전방위적으로 격렬한 감정표출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도발과 다양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고, 이로 인한 사드 배치의 문제는 사실 한중관계의 문제라기보다는 미중 간의 상호 핵억제력에 대한 평형 유지 여부에 있다. 사드체계에 포함되는 레이더의 탐색거리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장거리 투발 능력에 대한 미국의 조기 발견과 타격 가능성에 대한 상대적인 핵억제력 불균형을 우려하는 것이 미중 간 갈등의 핵심이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중국이 한국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막거나, 중국정부의 한국에 대한 다양한 무역보복전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러한 보도가 중국의 일부 언론매체의 보도를 근거로 했다는 점을 밝혔지만, 과도한 예상은 한중관계의 본질적인 현상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본질과 이에 대한 해결과 대응에 공신력과 영향력을 가진 언론의 깊은 사고가 특히 필요한 시점에서 혼란을 스스로 자초할 수 있는 보도로 불안을 조성하는 행위는 자제가 필요하다.

북핵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북한의 핵무기와 각종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적 수단의 강구는 한국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조치라는 점에 있어서 방어체계에 대한 보완은 필수적이다. 또한 사드 문제의 본질은 미중 간 핵억제력 평형유지 여부이지 한중 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한중 간의 상호 무역보복이나 상대에 대한 강경한 감정표출이 아니라, 한중과 미중 및 한미 중간의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점에 대한 상호 인식과 문제해결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수적인 다음 행보이어야 한다. 중국이 한미의 사드배치에 대한 감정적인 반발로 북중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수정 혹은 포기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게 줄 수 있다. 결국 한미중 모두의 공동 인식이었던 ‘비핵화’이자 사드 배치의 본질적 문제의 해결인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이 바라는 대로 ‘핵보유 지위’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강경 일변도의 반응 중에서도 중국의 한반도 전략에 있어서 모호성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소수의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사드 배치로 인해 미국과 일본이 최종 승자이고, 북한과 러시아도 상대적으로 일부의 안보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국과 중국만 결국 피해자가 되었다는 중국 학계의 일부 소수의 인식은 한중관계의 성과가 그나마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려고 하는 점은 “한중관계가 사드 체계 배치로 인하여 어떤 영향을 받는가”라는 점보다는 “사드 체계의 배치로 인해 북중관계의 현실적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에 있다.

한중관계는 지난 20여 년간의 경제와 사회적 교류에 있어서 세계 외교사에서도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유지되고 있다. 정치 외교 분야에 있어서도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개인적 신뢰도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도는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따라서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간의 단기적인 갈등은 현실이지만, 중장기적인 딜레마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된다.

오히려 이제 한중관계는 ‘성숙한 전략적 협력관계’에 진입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다. 사드체계의 배치는 마지막 남은 안보분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양국에게 던졌다. 사드체계의 배치는 한중관계를 단절시키거나 좌절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적 협력관계를 고민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사드 배치로 인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의 입장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 비교적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중국이 이제서야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한국과 동일 선상에서 인식하게 되지 않았을까?

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강력하면 할수록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가 비로소 중국에게 더욱 중요한 핫이슈가 된다는 의미에서 한국은 이에 대한 한중 협력 방안을 강구하고 제안해야 한다. 즉, 동지나해와 남지나해 및 양안문제에 집중해 있던 중국의 시선이 한반도 문제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우리의 행보에도 가속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이고, 사드 배치는 한중관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비핵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방어적 조치’에 불과한 사드 배치는 중국의 새로운 한반도 전략 변화와 한중 안보전략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한중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간의 갈등에 끼어들지 않기를 바라며, 단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통일만이 최대의 관심사일 뿐이다. 따라서 한중 양국은 이제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안보대화’를 실행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대응을 실천에 옮길 시점에 이르렀다. 중국 또한 모호한 한반도 전략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