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한미동맹에 북한 도발 절대 성공 못해”

방미(訪美)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시간) 미(美) 상·하원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6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높이 평가하고 양국 관계의 포괄적 발전을 위해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이는 한반도의 최대 이슈인 북한 문제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현안 및 글로벌 이슈 등에서 양국의 협력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차원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6번째로 진행된 합동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와 번영에의 기여 등 3가지를 한미 공동비전과 목표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영어로 30분간 진행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적극 대처하고 나아가 북핵 등 안보 현안에서부터 북한의 개혁개방과 환경 등 비정치적 사안에 대해 보다 포괄적이며 깊은 협력 관계 구축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 아시아의 새 질서는 역내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진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러한 도전의 극복을 위한 비전으로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동북아 다자 간 대화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협력 프로세스를 만들어나가는데 한미 양국이 함께 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기초 경제 여건)과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도발은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기반 구축을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행태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일정 기간 제재하다가 적당히 타협해 보상해 주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 왔다”면서 “그러는 사이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바로 국민 삶의 증진과 국민의 행복이라는 것을 북한 지도부는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며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60년 전 남북한 간의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DMZ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 됐다”면서 “이 위협은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풀어야 하고, 이제 DMZ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지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그는 “소중한 한미동맹은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협력의 벽돌을 쌓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 60년간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인물들과 사례를 들어 미국의 상하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 첫머리에서 미 포토맥 강변 한국전쟁 기념공원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미국의 도움에 사의(謝意)를 표했다 .


박 대통령은 존 코니어스, 찰스 랑겔, 샘 존슨, 하워드 코블 등 미 상·하원 의원 가운데 한국전에 참전했던 4명의 이름을 거명했다.


박 대통령은 “1953년 6·25전쟁의 총성이 멈췄을 당시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무역규모 8위의 국가로 성장했다”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국민이 존경스럽고 그들의 대통령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박 대통령의 이날 합동연설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가운데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여섯 번째다.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은 통상 ‘국빈 방문’인 경우 외국 정상 등에게 주어지는 의전 절차임을 감안할 때 ‘공식 실무방문’에서 박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은 ‘파격적 대우’란 평가다.


특히 같은 나라 정상이 1년 6개월여의 짧은 간격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한 사례는 1943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이어 1945년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연설 기회를 가진 뒤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