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20년 대북정책, 北위협 줄이는데 실패”

1차 핵위기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맥아더재단 회장은 19일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 “포용(engagement)이든 봉쇄(containment)든 지난 20년간 우리의 대북정책은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이 가하는 위협을 줄이는 데 분명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갈루치 회장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아산핵포럼 2013’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결합한 강력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향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빚어진 1차 핵위기 직후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 이듬해 10월 제네바 미·북 합의를 타결시킨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갈루치 회장은 또 “20년 전 단지 중거리 노동미사일뿐이던 북한이 현재 최대 8기의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20∼40㎏의 플루토늄을 축적한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북한은) 현대화된 가스 원심분리기 농축프로그램으로 분열성 핵물질도 매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의 증강은 동북아 다른 국가들이 핵 비보유국 지위에 대해 재검토를 고려하게 할 것이고 이는 핵 비확산 체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핵확산·핵테러는 미국 입장에서 그 무엇보다 강력한 위협”이라며 “북한은 언제든 자국의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물질이나 기술을 테러단체나 테러지원국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갈루치 회장은 또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만 외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외교역량을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정치, 경제, 안보 이슈를 같이 다루는 방향으로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한미동맹, 중국 정부와의 협의, 국내의 정치적 지지 등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의 도발은 협상과 양립할 수 없으며 제재가 반드시 협상의 한 부분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