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만난 美 펜스 “북한의 폭정, 전 세계가 들어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9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를 방문해 탈북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오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탈북민 4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여러분의 용기에 감사드리며 북한 폭정의 피해자인 여러분과 만나 영광”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는 오후 12시 20분께부터 약 40분간 진행됐다.

탈북자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펜스 부통령은 “자유를 찾아 남한까지 온 (여러분들) 얘기는 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며 “(여러분은) 아직도 자유를 갈망하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을 대변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북한에는 아직도 포로 수용소가 있고, 북한 주민 70% 이상이 식량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며 북한의 인권 실태를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북한의 폭정을 피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전 세계인이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면담에는 북한 18호 수용소에 28년간 수감돼 있다가 탈출한 김혜숙 씨, 지난 2일 백악관 면담에도 참석했던 탈북 작가 이현서 씨,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사연이 소개됐던 꽃제비 출신 탈북민 지성호 씨, 기독교인으로 종교적 박해를 피해 탈북한 지현아 씨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북한에 억류당했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고(故)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 씨도 동석했다. 웜비어 씨와 지성호 씨는 15초 가량 서로 포옹했으며 지 씨는 감정이 북받쳐 울먹거리기도 했다. 

먼저 김혜숙 씨는 “국경 경비대 군인들이 나를 중국에 팔아 넘겼다”며 중국 소재 식당에서 3년 7개월 동안 일하다가 2009년 한국에 입국한 자신의 탈북 스토리를 밝혔다. 지현아 씨는 “북한에서 성경책을 봤다”며 “종교적 자유를 위해 탈북을 세 번 시도했지만 실패해 북송 당하고 네 번째 시도 끝에 탈북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방금 여러분이 말한 내용이 전 세계인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신념과 용기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지현아 씨는 데일리NK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고위 인사가 탈북민들의 아픈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줬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다”며 “굉장히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지 씨는 이 자리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으며 펜스 부통령은 “관련 사안에 특별히 신경 쓰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민들과의 면담에 앞서 2함대 사령부 내 서해수호관을 방문해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이종호 해군2함대 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등도 참석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키면서 강경한 대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현준 우석대 교수는 “핵 문제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로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인권 문제를 핵문제 해결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북한이 인권 문제만으로도 용인되기 힘든 불량 국가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또 “펜스 부통령이 탈북민들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한 것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미국의 이 같은 대북 강경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가운데 펜스 부통령은 9일 저녁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과의 조우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