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아시아 순방 눈앞…고강도 대북 메시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겨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호전적 언사를 겨냥해 “화염과 분노” 등 강경한 맞불을 놓았던 터라,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도 고강도 대북 경고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국에 강도 높은 대북 압박 동참을 설득하는 과정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미 정상이 대북 해법에 얼마나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지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한미 간 불협화음 우려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서 순방 중 유일 국회연설 나서…韓美 불협화음 해소가 관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방문에 앞서 하와이에 들러 미군 태평양사령부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진주만 애리조나기념관을 둘러본 후 지지자 집회에 참석한다. 본격적인 아시아 순방은 5일 일본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간 일본에서 머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골프 라운딩, 만찬, 정상회담을 연이어 가질 계획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첫 방한 일정으로 한미동맹과 방위비 공여의 상징인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하고, 북핵 공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한미는 대북 제재·압박 공조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군사옵션’까지 거론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 다소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 중 고강도 대북 압박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평화적 해법을 언급한다면, 일각에서 제기돼 온 한미 간 불협화음 우려도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통령으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국회 연설에 나선다. 이는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유일한 의회 연설이다.

이번 국회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북핵 위협 대응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합뉴스 등 순방 5개국 11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오래되고 유익하며 호혜적인 한미동맹과 이 동맹의 엄청난 성공의 기록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위협에 맞서 어느 때보다 더욱 긴밀한 협력과 동맹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북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추구로 엄청나게 고통을 받는 국제사회 대응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순방의 첫 번째 목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결의 강화”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는 만큼 모든 나라가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 연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곧바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 10일까지 머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시 주석 집권 2기가 막을 올린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줄곧 강조해왔던 만큼, 두 정상의 회담이 향후 북핵 공조와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진핑 체제 2기에 들어섰더라도 중국이 체감하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변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이 그간의 미중 간 북핵 논의의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 등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나름 역대 최고 수위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기보단 현재 수준의 제재·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트럼프식(式) 대북 메시지 주목…北, 도발 VS 호응 사이서 고민할 듯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 정상들과의 정상회담, 주요 연설 등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강도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간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칭하는 등 직접적인 언사도 마다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중에도 김정은을 직접 겨냥해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 수위에 조정이 있을지를 묻는 말에 “대통령이 언어를 조절할 것 같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이 그러는 걸 본 적 있느냐. 대통령은 그 부분에선 항상 분명했다”면서 “분명한 건 대통령께서 자신이 원하는 단어를 쓰실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의 언어가) 말 그대로 북한 정권의 총구 아래 있는 우리 동맹과 파트너 등에게 강한 확신을 줬다”고도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일정상 이유로 제외된 것을 두고 애초 이번 순방에선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최대한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내놓는 메시지 등을 고려해 향후 도발 시기나 수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하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면, 한동안 한반도를 둘러싸고 고조돼 왔던 긴장도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동안 이렇다 할 도발을 자제해온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전후로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 9월 21일 김정은이 직접 성명을 내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을 기점으로 대외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