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 만남에도 대북공조 난항…안보리 미대응 장기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의 엇박자를 최소화하고 추가 대북제재에 협조할지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나선 이후 일주일 가까이 흐르도록, 국제사회는 미국 대(對) 중국 구도의 불협화음에 의해 이렇다할 대북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초안을 중국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초안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앞서 북한의 ‘화성-14형’ 시험발사 직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등을 계기로 중국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던 만큼 미중이 추가 대북제재에 있어 합의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추가 대북제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징벌적 조치’는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ICBM 시험발사에 대한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의 입장차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역할론을 재차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에 맞서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중 혈맹’을 강조하며 그러한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북중 혈맹을 강조한 건, 북한 체제를 흔들만한 고강도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데일리NK에 “중국은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모두 합의를 했다. 그것들이 중국이 합의할 수 있었던 결의안의 마지노선이었던 것”이라면서 “중국은 북한 석탄 수입을 중단한 이후에도 인도적 혹은 민간 차원의 교류에 있어선 오히려 북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치를 취해왔다. 북중 간 민생 교역까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가 당분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보더라도, 안보리는 그간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오는 과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해왔다.

실제 안보리가 주요 대북 결의안 채택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보면,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5일(1718호), 2009년 2차 핵실험 때 18일(1874호), 2013년 3차 핵실험 당시 23일(2094호)이 소요됐다. 또한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의 비군사적 제재로는 역대 최강이라 일컬어졌던 2270호를 채택하기까지는 56일이 걸렸으며, 5차 핵실험 이후 2270호의 틈새를 메우는 2321호를 채택하기까지 82일이 걸렸다.

문제는 안보리 차원의 미대응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위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 내 의견 불일치가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이 노골적으로 ‘비핵화 대화는 없다’는 뜻을 천명하고 나선 이상, 언제 추가 핵실험에 나설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핵실험 이후 위성으로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왔던 북한이 이번엔 ICBM 발사에서 핵실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한층 강화된 독자 대북제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낼 만한 수준에서 추가 대북제재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지만, 앞서 채택된 초강경 안보리 결의안으로도 북핵 억지가 불가능했던 만큼 미국이 상징성만을 갖는 결의안으로 만족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의 비협조 등을 근거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및 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본격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9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의, 엄청난 위험”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할 것”이라면서 “희석된 결의가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입장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제재의 수위가 하향조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헤일리 대사는 특히 “우리는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옵션(선택)을 갖고 있고, 이는 군사 옵션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미중) 무역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격 수단 중 하나”라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