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하라” 트럼프 강공, 시진핑 흔들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6, 7일)을 앞두고 중국의 대북역할론 부각에 주력하면서, 미중 정상이 첫 만남부터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압박 비협조가 계속될 시 단독으로 북핵 문제를 다뤄가겠다는 입장까지 밝힘에 따라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단독 북핵 해법에도 이목이 쏠린다. 동시에 중국이 그간 미국의 독자 대북조치에 지속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수 발언’에 시 주석이 어떻게 대응하고 나설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미국)가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북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고, 우리를 도와 북한 문제를 다룰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중국이 그렇게 한다면 중국에게 좋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없이 일대일로 북한과 맞붙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전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실제 중국이 대북 압박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외교가에선 미국이 ‘중국 설득’ 대신 독자적 대북조치를 모색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미 미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석탄 기업 1곳(백설무역)과 중국·러시아·베트남·쿠바 등에서 일하는 북한인 11명을 제재하는 내용의 독자 대북제재를 시행하기도 했다.

북한을 직접 겨냥한 조치 외에도 대중(對中) 압박을 본격화하는 옵션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미국이 조만간 북한과 교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시행 단계에 올려놓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신각수 前외교통상부 차관(前 주일대사)은 3일 데일리NK에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리뷰 단계에 있긴 하지만, 전체적 맥락을 보면 북핵 문제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이 미중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기싸움을 위한 포석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신 前차관은 “트럼프의 발언이 정말 진지하게 대북조치를 검토한 데 따른 것인지 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세컨더리 보이콧이든 군사적인 옵션이든, 이를 미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첫 만남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핵 해법에 관해 미중 양국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사실상 오는 정상회담도 북한 문제에 관한 양국 간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우세하다.

실제 중국은 북핵 문제가 북미 대립관계에서 기인한다면서 미국의 공동 책임을 주장해오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 고위 관료들은 하나 같이 북핵 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동시 진행)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조야에서도 중국에게 대북압박 동참을 ‘설득’하는 방식은 무용(無用)하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전환적 태도로 나서길 기대하진 못하고, 미국의 의지를 명확히 경고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도 “(미국이 아무리 강하게 나온다 한들) 중국이 이제까지 가져온 입장을 180도 바꿀 순 없지 않겠나”라면서 “중국으로선 해결해야 할 국내적 문제도 많기 때문에 원유 공급 중단 등 북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전략을 취하는 게 매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로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협조는 미국이 (독자) 대북조치를 취하는 데 묵인한 채로 있는 것”이라면서 “미중 정상회담 한 번으로 양국 간 대북 접근법이 좁혀진다고 보긴 어렵다. 입장 조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이후 지속적인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중 양국은 오는 6일에서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의 정상회담을 한다. 회담에선 북핵 문제 외에도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