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 강화법, 中 포함 관련국 동참 강하게 견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반(反)ISIS 국제연대 외교장관 회의 참석 계기로 한 방미 일정 중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무위원장(공화·켈리포니아)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뉘신 재무장관 등 미 고위 각료들을 만나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우선 22일(현지시간) 로이스 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 하원이 전날 고강도 대북제재 법안인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Korean Interdiction and Modernization of Sanctions Act)’을 초당적으로 발의한 데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및 압박 강화 노력을 크게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 장관은 “동(同) 법안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제재 요소를 도입하고 있고, 관련국들의 동참을 강력히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함의가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로이스 위원장은 “북핵 위협에 대해 과거 어느 때 보다 강력하고 포괄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초당적인 공감대가 미 의회 내 확산되고 있다. 지금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미 의회 차원에서도 북핵 위협을 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이번 법안은 이제까지 미 의회가 내놓은 대북제재 중 가장 강력한 제재안으로 평가된다. 중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막고, 달러는 물론 중국 위안화를 통한 금융 거래를 차단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또 북한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 미 관할권 내 자산 거래를 금지하기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안은 외국 은행들이 북한 금융기관의 대리 계좌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해, 북한이 차명 계좌를 만들어 외국 은행과 거래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로이스 위원장은 최근 미 의회 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어제(22일) 발의한 신규 대북제재법안에도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조만간 하원 외무위 차원의 대북제재법안 관련 입법절차를 가속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의 사드 배치 반발과 경제적 압박 조치와 관련, “한국인들이 중국 측 조치를 부당하게 느끼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조속한 사드 배치를 지지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로이스 위원장에 이어 틸러슨 장관과 매티스 장관, 므뉘신 장관 등을 연이어 만나 북핵 공조를 재확인한 윤 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가 진행 중인데,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이 계속돼야 한다는 공동 인식이 반영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통해 우리 의견이 전달되고 반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 과정에도 우리 입장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고위급 채널 협의의 빈도와 강도를 비교하면, 과거 어느 때보다 (한미 간 소통이) 활발한 수준이며, 대부분 미국이 먼저 우선으로 한국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협의에서도 미국 측은 우리의 의견을 철저히 경청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고, 중국에도 전달해 왔다”면서 “정부 출범 초기 대북정책 리뷰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양국 고위급의 빈번한 접촉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사드 반발성 경제 압박 조치에 대해 윤 장관은 “해당 부처별로 각자 채널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외교부는 왕이 외교부장에 ‘중국의 압박 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고, 산업부도 나름의 채널을 통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WTO(세계무역기구) 무역이사회에서도 중국의 행위가 WTO 규정에 저촉된다는 점을 알리고 있고, 앞으로 중국의 조치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대응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로이스 위원장이 발의한 대북제재 강화법안에 대해선 “작년 초 통과된 대북제재법도 강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강경한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북한 위협을 인식하는 미국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동향으로 본다”고 윤 장관은 밝혔다. 특히 그는 “중국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법안에) 많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