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유엔서 北김정남 암살 규탄…“北지도층 처벌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핵위협에 맞서 역대 최강 제재를 채택한 바와 같이, 이제 북한 지도층을 포함한 인권침해자들에 대한 불처벌(impunity) 관행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 기조연설에 참석,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침해사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사실 북한에서 발생한 끔찍한 인권침해 사례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면서 “현재까지 8~12만 명이 정치범수용소에서 고의적인 기아와 고문, 강제노동, 처형과 강간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사실상 나라 전체가 철저한 감시 하에 있는 거대한 수용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 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수만 명의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갇힌 채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은 기본적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지난 5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일반인은 물론 백여 명에 달하는 고위 간부들도 공개적 또는 초사법적으로 처형됐다”면서 “고위층을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수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탈북하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거론하던 중 북한 정권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는 김정남 피살 사건의 잔혹성도 지적했다.

윤 장관은 “전 세계는 북한 지도자의 이복형이 말레이시아의 국제공항에서 잔인하게 암살된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건 피해자(김정남)는 유엔이 대량파괴무기로 분류한 화학무기이자 화학무기금지협약 등 국제규범과 결의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된 VX 신경작용제로 살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모든 행위들은 북한이 당사국인 여러 국제인권규범의 심각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우리 국제사회는 무고한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심각한 인권상황 속에서 고통 받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 인권상황의 악화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모두는 이러한 인권 유린과 범죄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권 침해가 더 큰 재앙을 낳기 전에 독자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한국은 (북한인권) 책임규명을 위한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34차 인권이사회 고위급회기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북한 김정남 피살 이후 열렸다는 점에서, 각국 참석자들도 윤 장관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유엔 주재 문종철 북한 참사관도 윤 장관 연설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 일부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제34차 인권이사회를 계기로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적극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달 중으로는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상호 대화(3·13) 및 북한인권결의 채택(3·23 혹은 3·24) 등 굵직한 북한인권 관련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