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제재, 그 자체로 목적 아냐…北비핵화 대화 위한 수단”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13일 제재는 목적이 아닌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재차 밝히면서 북한에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기를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채택된 후 3국이 처음으로 회동한 자리에서 북한에 신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제안한 것이다.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진정성 있는 비핵화 궤도로 복귀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협의 내용을 전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의 문을 닫은 적이 없으나, 북한은 비핵화에 관심이 없고 핵능력 고도화에만 매진하고 있다. 대화와 협상을 할 기초조차 형성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 도처에서 자유와 인간 존엄을 향한 개방의 물결이 흐르고 있지만, 북한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서 무모한 핵공갈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핵야욕을 포기하지 않을 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라는 북한의 셈법을 바꿔 비핵화 협상 궤도에 복귀시키고자 한다”면서 “북한도 국제사회의 뜻을 명확히 알고 비핵화만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 특별대표도 “제재는 도구일 뿐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북한과 믿을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온 바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악화일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적 수사를 멈추지 않는 등 아직 진정성 있는 대화에 준비돼 있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규 결의 2321호에 대한 안보리의 만장일치 채택은 곧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추구가 용납될 수 없고 중단돼야 한다는 데 국제적으로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음을 반영한다”면서 “이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경제 개발을 이루려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했다.

가나스기 국장도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의사와 계획을 나타내야 한다. 우리는 대화의 장을 닫은 적이 없다”면서 “이를 위해서 주변국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와도 연계해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3국 수석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 포함된 연간 북한 석탄 수출 상한제 등 자금원 차단 조치의 철저한 이행과 검증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미일이 뉴욕과 각국 수도 차원에서 (제재 이행과 관련한) 상시적인 정보 교환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안보리 결의 2321호 이행 차원에서 북한의 석탄 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이달 말까지 북한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특별대표도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자금줄 차단 조치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한다”면서 “이처럼 우리는 중국에게서 충분한 공조 의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중국 당국의 협조가 계속되길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의도한 북한으로의 자금원 유입 차단이 가능해질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한미일 3자 협의를 계기로 한미, 한일 수석대표 간의 별도 양자 협의도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