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혁명 이론가 진샤프 “독재정권 약점 집중공략하라”

▲ 진 샤프(Gene Sharp)박사

미국의 정치학자 진 샤프(77) 박사의 저서 <독재에서 민주주의로>(From Dictatorship to Democracy)가 ‘민주화운동의 바이블’로 불리며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2001년 구유고의 시민혁명을 시작으로 2003년 그루지아의 장미혁명, 지난 해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올해 초 키르기스스탄의 레몬혁명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동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을 휩쓸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민주화 운동 이론 제공

당시 시민혁명을 주도했던 세르비아의 ‘오트포르(저항)’와 그루지아의 ‘크마라(이제 그만 됐다)’, 우크라이나의 ‘포라(때가 왔다)’, 키르기스스탄의 ‘켈켈(우리와 함께)’ 등 저항운동 그룹들은 이 책을 ‘혁명의 기본지침서’로 삼았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통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서술해 놓고 있는 88쪽짜리 소책자.

1993년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의 망명 민주화 운동가들을 위해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중국어, 우크라이나어, 세르비아어, 아제르바이잔어, 키르기스어 등 민주화 운동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독재정권 붕괴 가능

샤프 박사는 독재정권을 붕괴시키는 방법으로 시위와 포스터, 보이콧, 대정부 비협력 운동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런 방법들은 사회를 마비시킴으로써 독재자들에게 현안에 대처하지 않고는 통치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단호하면서도 훈련된 정치적 저항은 독재의 내부 약점을 폭로하게 만들고, 국제적 관심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저항은 폴란드의 경우처럼 외교적 규탄, 보이콧 등 전 세계 민주국가들의 지원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독재정권의 약점 17가지를 들면서 ‘아무리 완고한 독재정권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빨리 찾아내 공략하라’는 식의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변혁의 4대 메커니즘’을 항상 명심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우선 고통스러운 탄압을 오히려 반체제운동 구성원들이 ‘우리가 옳다’는 확신을 갖는 계기로 전환시키고 ▲ 처음엔 독재 권력이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 사소한 요구로 시위를 시작해 ▲ 점차 체제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독재정권 약점 공략, 민주국가 지원

저자는 서문을 통해 “나치와 공산주의 하에서 고통 받은 사람들을 만나며 독재정치의 공포에 대한 문제의식이 심화됐다”며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버마, 칠레, 티벳 등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보며 폭정의 예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샤프 박사는 “독재정치가 최소한의 피해로 무너질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에 대해 연구,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못했지만, 독재정치를 파괴하는 총괄적 가이드라인은 제시한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비폭력 전쟁 전략가로 유명한 샤프 박사는 옥스퍼드대 정치학박사로 30년간 하버드대학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1983년 비정부기구(NGO)인 ‘아인슈타인 연구소’를 설립해 독재정권, 전쟁, 대량학살, 억압 등에 맞선 비폭력 사용 전략을 만들어 내기 위한 조사, 정책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생산해내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