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천AG ‘응원단’ 파견 안해…체류비용 불만?

북한이 다음달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28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측이 우리 응원단이 나가는 것을 우려하면서 시비하고 바라지 않는 조건에서 우리는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9년 만의 북한 응원단 방문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대회에 예정대로 남녀 축구와 탁구, 사격 등 14개 종목에 출전할 273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손 부위원장은 이날 TV에 출연해 실무접촉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7월에 진행된 북남 실무회담에서는 우리 응원단의 규모가 어떻다느니, 우리 응원단이 응원할 공화국기 크기가 크다느니 작다느니 하면서 시비를 걸고 또 (심)지어 우리가 입 밖에도 내지 않은 비용 문제까지 꺼내들면서 북남 실무회담을 끝끝내 결렬시키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손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의 이번 입장은 우리 측에 응원단 파견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실무접촉에서 350명의 응원단을 보내고 체류경비를 줄이기 위해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호를 인천항으로 이동시켜 숙소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우리 측이 비용문제 등을 거론해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남북 양측이 서면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의 내용이 파악되지 않아 북측의 의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약 서면협의에서 응원단 문제가 논의되었다면 북측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아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지난 8월 20일 인천에서 진행된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 추첨식과 국제체육학술토론회에 참가한 자리에서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우리 측 관계자들에게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통지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2일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에 273명의 선수단을 보내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고만 했고, 북측이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북한 팀의 원만한 대회 참가를 위한 제반 준비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만 밝히고 북한의 응원단 파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등 남한에서 열린 국제체육경기대회에 세 차례 응원단을 파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