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보양식으로 삼계탕 대신 000 먹는다

장마와 집중호우가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무더위는 찾아온다. 영상 30도를 웃도는 이런 날씨에는 몸의 기력이 쇠해져 건강을 잃기 쉽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더위로 약해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양식으로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을 즐겨 먹는다.


그러나 복날마다 보양식집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한국의 모습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 뿐이다. 세 끼 밥을 해결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보양식까지 챙겨 먹는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에게 보양식은 ‘생존’과 직결된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졌을 때에서야 겨우 보양식을 먹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에는 보양을 위한 재료가 부족해 잉어, 뱀 같은 자연산 재료를 재래식으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보통 주민들은 먹기 어렵고 간부들이나 조금 먹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또한 “다들 허약해 결핵 같은 질병에 쉽게 걸린다. 보양식을 먹고 몸을 회복해도 계속 잘 먹을 수 없으니 조금 지나면 다시 병에 걸리고 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굶주린 북한 주민들의 기력을 달래주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약으로도 쓰이는 북한의 전통 보양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左)지난 7월 13일 초복을 맞아 서울 통인동의 삼계탕 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 (右)대동문 밑에서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는 평양시민들. /조선중국


◆ 북한의 대표적인 보양식 ‘곰’과 ‘엿’


북한의 보양식은 대부분 ‘곰’요리이다. 재료를 고아서 만들었다고 해서 곰이라고 부르는데, 재료에 따라 닭곰·토끼곰·염소곰이라 부른다. 닭곰은 한국의 삼계탕처럼 닭 안에다 찹쌀, 인삼 등을 넣어서 만든다. 하지만 삼계탕과 달리 닭을 통째로 찐 음식이라 국물이 없다.


이 밖에 개, 염소 등을 삶아 물엿에다 담가 먹는 ‘엿’요리도 있다. 청진 출신 탈북자 김혁(30) 씨는 “감옥에서 나와 영양실조에 걸렸다. 그 때 가족처럼 지내던 형이 염소를 잡아 물엿에 담가 줘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염소 고기를 통째로 담근 것이라 비린내가 심했다. 그리고 물엿에다가 고기를 담가 먹으면 굉장히 느끼하다. 하지만 몸이 보양되기 때문에 먹었다”며 “(처음엔)걸을 힘도 없었는데, 한 숟가락 씩 먹다보니 정신이 맑아졌다”고 설명했다.


붕어 같은 민물고기도 보양식으로 먹는다. 붕어회로 대표되는 북한의 회 요리는 한국처럼 날고기 상태가 아니라 식초와 양념으로 익혀 먹는다. 냉장 시설이 없어 날 것으로 먹으면 식중독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삼계탕 대신 ‘토끼곰’ 먹는다


한국에 ‘삼계탕’이 있다면 북한에는 ‘토끼곰’이 있다.


토끼곰은 토끼고기 안에 밤, 대추, 검은콩, 황기 등을 넣고 삶아 먹는 요리로, 1970년대 북한의 ‘꼬마 계획’이후 대중화 된 보양식이다. ‘꼬마 계획’은 사회주의 국가건설과 번영에 이바지한다는 명목으로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매년 파(폐)철, 토끼 가죽 등을 강요하는 외화벌이용 체제운동이다.


북한 주민들은 매년 정해진 양의 토끼 가죽을 바치기 위해 집집마다 토끼를 길러야했다. 토끼를 키우는 데는 특별히 돈이 들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시골에서만 자라는 닭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의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부위별로 요리하는 한국의 토끼고기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토끼를 통째로 삶아 먹는다. 북한 주민들은 고기를 발라 먹은 뒤에도 토끼 뼈를 계속 국물로 우려내 사골 국물처럼 먹는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토끼곰’ 조리 과정을 그대로 재연한 사진









▲토끼곰 제조과정①-황기, 대추, 인삼(上) / 내장을 제거한 뒤 검은콩과 찹쌀을 적당량 넣은 토끼고기(下). /김봉섭 기자







▲토끼곰 제조과정②-①의 재료들을 솥에 넣고 중불에 1시간 정도 삶는다. /김봉섭 기자









▲북한의 대표 보양식 토끼곰. 토끼고기와 그 속의 찹쌀·검은콩, 황기와 대추 등이 원기회복을 돕는다. /김봉섭 기자







▲토끼고기 안의 찹쌀과 검은콩(上), 윤기 흐르는 쫄깃한 맛의 토끼고기(下). /김봉섭 기자


박주홍 경희서울한의원장(한의학박사·의학박사)은 토끼곰의 효능에 대해 “토끼는 번식력이 강한 동물로 에너지가 왕성해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좋은 보양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장은 “함께 들어가는 황기는 기력을 보충하는 보기(輔氣)작용을 하고, 대추는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엔돌핀과 같은 면역호르몬을 생성한다”고 덧붙였다.


무산 출신 탈북자 박승진(가명. 26)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군 복무 중인 삼촌이 늑막염에 걸렸었는데, 한 달에 한 마리씩 토끼곰을 먹고 나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토끼곰의 효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