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로 돈 줄 죄자 김정일 中 달려갔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우리 정부의 5·24조치 시행이 24일로 1년을 맞는다.


남북 경협 및 교역 중단을 주요 골자로 했던 5·24 조치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 및 대북지원을 차단해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일종의 대북제재 조치였다.


지난 1년간 5·24 조치로 인해 북한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 정부 및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김정일이 천안함 폭침 이후 3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도 5·24조치 이후 북한 체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드러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산 조개 등 수산물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유입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판로 중단에 따른 북한경제의 타격을 반증해주고 있다.


▶ 5·24 조치 1년 시행에 北타격 입은 듯=우리 정부 역시 5·24조치로 인해 대북 현금 유입 차단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5·24 조치로 북한은 연간 3억 달러 정도의 소득을 차단당하고 있다”며 남한과의 교역 중단에 따른 ‘벌금’이 지속될 경우 체제 유지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지원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의 지원 규모도 301억원으로 전년의 775억원에 비해 61.2% 급감했다.


다만 5·24조치 이후에도 120여개의 우리 기업이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유지해 왔다. 체류 인원을 60%수준으로 조정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개성공단의 성장세가 유지돼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2월말 기준 현재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는 4만6420명으로 1년 전(4만2415명)보다 11% 증가한 상태다. 북한 노동자 1인 월급이 월 100달러 가량인 상황에서 연간 5570만 달러의 현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결국 남북 경협 중단 등을 통한 현금 유입 차단과 함께 대북 쌀지원 및 비료지원 중단이 북한 정권에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전문가들은 5·24조치 관련, ‘북 도발→대화→지원재개’라는 기존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는 1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하며, 앞으로도 일관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대북정책을 전환하면 과거처럼 북한에 끌려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만약 정부가 1년 만에 북한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이는 짧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의 힘에 의해 독재정권이 바뀌기는 어렵지만 일관된 정책과 국제적인 공조가 충족되면 대북 압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된 대북 기조 北에 압박으로 작용=최수영 통일연구원 기조실장도 “개성공단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대북 압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태도 변화 없이는 대북 압박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대북 기조가 북한에게 압박으로 작용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남북 경협이나 교역보다 북한이 당장 필요한 쌀지원과 비료지원 중단이 압박 기제로 작용됐다”면서 “5·24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북한으로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현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5·24조치 1년을 앞둔 23일 대북지원 원칙에 대한 정부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대북지원은 원칙적으로 보류하되 영·유아,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핵화 등 북한 변화 유도의 지랫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 16일 “그릇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점을 북측에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5·24조치는 당연히 효과가 있었다”면서 “북한의 태도변화가 있을 때까지 5.24조치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끈질긴 대북기조 유지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연초부터 평화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5·24 조치의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이와 관련 “과거에는 쌀과 비료를 후하게 갖다주면서 북한과 대화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남북관계 결정권과 한반도 평화 결정권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이 대북정책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남북관계의 경색을 우려해 대화를 하면 그동안 쌓아온 대북정책의 원칙이 모두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보류되며 제재 효과 반감=한편, 일각에선 5·24조치의 일환으로 실시될 예정이었던 비무장 지대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보류되면서 대북제재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군당국은 풍선을 통해 전단지 등을 날려보내고 있으나 북한이 조준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시행이 잠정 보류된 상태다.


대북 심리전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릴 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북한이 조준격파 사격 등 즉각적인 반발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대북 심리전이 갖는 위력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고위 탈북자는 “대북 심리전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북한 내부 변화를 재촉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면서 “북한의 도발에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이 바로 심리전”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을 위해서는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야 한다”면서 “대북심리전을 전면적으로 실시 하지 않아 대북 압박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