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복무 北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대는?

복무기간이 10년(2003년 3월 제10기 6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전민군사복무제’를 법령으로 채택, 복무기간 13년→10년 단축)이나 되는 북한 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군부대는 어디일까?


북한의 징병제도는 의무복무제다. 하지만 신체검사에서 불합격되거나 성분불량자는 징집에서 제외된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입대지원서’와 희망하는 부대를 적어 군사동원부에 제출하지만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신체검사 합격자는 중학교 졸업 후인 17세를 전후해 각급 행정단위 군사동원부의 초모(징집) 통지에 따라, 지상군은 군단 도는 사단 신병훈련소에서 병종(병과)별로 약 2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해군은 전대 신병교육대에서, 공군은 비행기지별 신병교육대에서 각기 2~3개월간 교육 후 배치된다.


그러나 부모의 정치·경제적 능력이나 토대가 좋으면 자신이 원하는 ‘편한 부대’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징집 대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호위총국이다. 수도인 평양에서 군사복무를 할 수 있고 잘하면 제대 후 평양에 거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일의 ‘배려’ 차원으로 호위국 제대군인들은 희망하는 대학에도 추천받을 수 있다.


군사복무를 호위총국에서 했다고 하면 선망의 대상이 된다. 결혼 할 때조차 여타의 조건도 따지지 않고 승낙할 정도다. 토대와 건강, 인물이 좋지 않으면 추천되기 어려운 부대이기 때문에 호위국 제대군인이라고 하면 부모의 배경도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호위총국은 군복 자체도 일반 병종과 다르다. 모자와 복장, 신발, 벨트까지 장교와 비슷하다. 부대급식도 북한군 중에서 최고다. 제대할 때에는 군사복무 중 보고, 느낀 것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온다.


평양 호위총국 산하 간부 진료소에서 보초병으로 군사복무를 했던 연승호(35세) 씨는 “제대할 때가 되면 ‘평양에 남을 것인가’는 의향을 물어본다”며 “김정일 일가나 호위국 간부들에 대한 사생활이 밖에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연 씨는 고향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 때문에 귀향을 선택, 서약서에 손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나는 김정일의 경호원이었다’의 저자 이영국 씨도 책에서 “경호원들은 제대하면서 ‘제대강습’을 받아야 하는데, 김정일에 대한 경호비밀을 죽더라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손도장을 찍는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국경경비사령부도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신의주, 양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에서 근무를 서는 국경경비대는 국경경비사령부에서 직접 군사동원부에 와 선발한다.


부모들은 자식을 국경경비대원으로 군사복무 시키려고 뇌물을 비롯한 인맥을 총동원한다. 국경경비대에 입대하면 제대할 때 장가갈 밑천을 준비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불법인 밀수나 도강을 눈감아주면서 ‘뇌물’을 받기 때문이다.


자강도 만포에서 군사복무를 하던 중 2007년에 탈북한 최철호(32세) 씨는 “부모들은 재산을 팔아서라도 자식을 국경경비대에 보내려고 하는데 3년만 있으면 본전을 뽑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며 자신도 국경경비대 입대를 위해 ‘뇌물’을 많이 바쳤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북한에서 선호하는 병종은 공군과 해군이다. 공군, 해군은 호위국 다음으로 가족관계를 꼼꼼히 보고 신체조건을 많이 따진다. 가족 중에(친가 6촌, 외가 4촌) 월남했거나 경제범으로 교화소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입대할 수 없다.


반대로 비행사로 군복무를 하는 와중에 가족 중에(5촌까지) 범죄자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있다면 특별히 죄를 감면해 주기도 한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2009년에 탈북한 김동일(42세) 씨는 “마약(빙두) 판매죄로 도 안전국에서 예심을 받던 철남이라는 친구는 형이 비행사라는 이유로 단련대 처벌만 받았다. 하지만 함께 예심 받던 동범은 3년 교화형을 판결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비행사들이나 잠수함 군인들의 경우 가족 중 범죄로 교화소를 갔다고 하면 정신적으로 고민하고 탈출할 우려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군과 해군은 피복·식량을 비롯한 물자공급도 일반 병종보다 고급스럽다. 일반 병종에는 보급이 안 되는 초콜릿 같은 간식도 공급된다. 북한에서는 “초크레트(초콜릿)를 먹어보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


민경(판문점 근무)은 보통 호기심으로 지원서를 낸다. 미군과 한국군을 상대로 군사복무를 한다는 ‘자부심’이 발동되기 때문이고, 민경에서의 육체단련은 제대 후에도 도움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병종인 민경이나 경보병(특수전 병력) 같은 병종은 위험도 있고 식량공급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군사복무를 하기는 힘들지만 제대 시기에는 대학추천을 무조건 해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민경 복무 중 2009년에 탈북한 박철(29세) 씨는 “호기심으로 민경에 지원했다. 근무를 서면서 자주 들려오는 한국방송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이 이틀에 한 번꼴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할 때면 고향에 있는 대학에 보내준다. 중앙대학에 가려면 부모들이 힘이 있어야 한다. 일반 대학에 가는 것도 대단한 배려다. 일반병종에서 군사복무를 하다가 제대되면 무리배치(집단 배치)로 탄광이나 광산에 가는데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돈은 있으나 간부들에게 순서를 빼앗긴 부유층 주민들은 보병이지만 평양에 부대가 있는 곳에 자식을 입대시키려고 애를 쓴다. 부대배치 권한을 가진 군사동원부에 뇌물을 주면서까지 지방이 아닌 평양을 선호하는 것은 지방보다는 그래도 식생활이 좋아서이다. 또 면회를 위해 평양에 갈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도 담겨 있다.


평양에 위치한 방어사령부, 고사총사령부 등 군사교육기관 같은 부대에도 자녀들을 입대시키려고 해마다 군사동원부에는 부모들이 줄을 설 정도다.


또한 부모들은 자식을 군대에 입대시킨 다음에도 부대에서 편안한 자리를 배치 받도록 부대 간부들에게 뇌물작전을 펼친다. 부대 안에서는 양식 창고장이나 연유 창고장, 기무과(문건 보관)나 대열과(인사업무 서기)에서 독립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이 제일 편안하게 군복무를 할 수 있다.


결국 돈 없고 인맥이 없는 사람들은 운에 맡긴다. 부모들은 자식을 입대시켜놓고 사고를 당할까, 배를 곯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매일 가슴을 졸이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