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통치자금 위해 주민에 마약판매

▲ 2003년 호주 특수부대가 압수한 북한 마약

최근 한국 정부의 모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최근 북한 국경지역에서 합성마약 사용이 급격히 증가, 북한 당국은 물론 중국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의 마약시장이 왜 커졌는지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있다.

국가보위부와 군 보위사령부의 충성경쟁

김정일이 국가안전보위부와 군 보위사령부라는 양 조직에 마약판매를 맡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두 조직 모두 국경경비와 주민감시를 주관하는 조직이고, 둘째 중국 측 공안기관과 업무상으로 깊은 협조관계(특히 인맥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 조직은 국경 내외에 주요 밀수 루트와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을 이용한 육로 루트는 이전의 공해상 루트보다 판매 효율이 훨씬 떨어진다.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양도 줄어들게 되고 운반비용과 위험성도 높아진다. 중국 정부의 정기적인 마약단속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라이벌 관계에 있는 양 조직은 매월 목포량 달성에 큰 압박을 받게 되었다. 결국 양 조직은 북한 내부에 마약을 팔기 시작했다.

판매량 채우려 북한 주민에 마약공급

원래 양 조직이 중국 루트를 이용해서 수출하는 마약은 함경남도의 흥남제약공장에서 생산되는 최고급품(일명 ‘소나무코스’)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1gr당(20~30회 사용량) 인민폐 3백 원 전후의 도매값으로 거래된다. 이 도매가의 5배 이상의 가격으로 중국 각지에 밀매되어 한국과 일본까지 밀수된다.

▲ 중급마약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라남제약공장의 내부 모습. “의약품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이자”는 구호가 보인다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는 각성제는 함경북도의 라남제약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중급품(일명 ‘대나무코스’)으로 도매가는 중국의 1/3정도(인민폐 100~150원)이다. 가격과 이익은 다르지만 외화(인민폐나 달러)로 거래되는 것은 똑같다. 이는 북한의 물가수준으로 보면 엄청난 고가이다. 하지만 시험 삼아 국내에 팔기 시작하자 날개 돋힌 듯이 팔렸다. 판매대상은 장사로 성공해 외화를 많이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었다.

야쿠자까지 진출, 3파전 벌여

예상치 못한 판매량 증가에 재미가 붙은 양 조직은 국내 공급량을 늘렸다. 덕분에 매월 수백만 달러의 매상이 어렵지 않았고, 김정일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던 제3의 조직이 있었는데, 바로 일본의 ‘야쿠자’였다.

야쿠자는 기술이 있는 화학자들과 손잡고 북한 내부의 마약시장에 뛰어들었다. 야쿠자는 북한에서 유통되는 마약 중 가장 저급한 수준의 합성마약(일명 ‘매화코스’)을 유통시켰다. 이 글의 첫 회에 언급된 북한의 개정형법이나 ‘밀고(신고) 장려’의 진정한 목적은 국가기관의 독점시장에 ‘저가공세’로 난입하고 있는 야쿠자의 ‘매화코스’를 일소하는 것이다.

어쨌든 국가안전보위부와 보위사령부, 야쿠자 조직의 치열한 판매 경쟁 결과, 북한의 마약중독자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장마당에서 마약 흡입기구까지 공공연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의 달러 확보가 목적

▲ 2003년 북한의 마약운송 선박을 나포한 호주 당국이 북한산 마약을 공개하고 있다

북한은 매년 거액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7~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적자를 채우는 것은 밀수다. 그런데 최근 북한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와 마약밀매는 미국 주도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정책으로 계속 차단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북한 경제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힘든 상태이고 김정일은 달러확보를 위해 신규 밀수루트를 계속해서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래에 이르러 김정일이 새로 개발한 밀수업종은 미국상표의 가짜 담배 제조와 중국과 북한에서의 마약판매다. 김정일의 외화 욕심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마약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 단결로 김정일 악행 끝내야

지금 북한에서 마약중독에 빠져들고 있는 사람들은 김정일 체제의 지지기반이 되어야 할 ‘부유층’이다. 김정일은 달러를 벌기 위해 지지기반의 사람들에게조차 마약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2년 전 평양에서는 조선노동당을 비롯한 중앙기관의 공무원들에게까지 각성제가 지급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보다 열심히,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마약(각성제)이 지급되었다는 것이다. 패륜(悖倫)의 극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마약밀수를 완전히 차단하고, 김정일의 통치비용으로 들어갈 수 있는 품목들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거나 불매운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김정일 왕조의 악행을 끝내야 한다.(끝)

이영화(일본 간사이대 경제학부 교수)
정리/박인호 기획실장


– 일본 오사카 출생(1954)
– 평양 조선사회과학원 유학(1991)
– (現)간사이(關西)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 (現)<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네트워크(RENK)>대표
– 주요저서<북조선 수용소군도>, <재일 한국, 조선인과 참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