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1, 2차 비교하니 앞이 훤히 보인다

1993년 3월에 시작해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끝난 북한 핵 관련 위기를 ‘1차 북핵 위기’(이하 1차)라 한다. 2002년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에 의한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으로 시작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작금의 사태를 ‘2차 북핵 위기’(이하 2차)라고 한다. 그럼 1차와 2차의 북핵위기는 무엇이 다른가.

1차 동결 對 보상, 2차 CVID 對 핵 굳히기

우선 1차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제기된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의혹으로부터 시작됐다. 북한의 핵시설은 ‘흑연감속로’를 달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추출이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이 혹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고,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이에 대한 사찰을 요구한다. 따라서 1차는 ‘의혹이 가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검증’이 주요한 이슈였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의 원료가 될 물질을 갖지 못하게 하는데 있었고, 북한이 핵시설을 ‘발전용’이라고 주장하니 그 동결의 대가로 ‘보상’이 논의되었다.

반면 2차는 플루토늄보다 업그레이드된 핵물질인 ‘농축우라늄’으로 촉발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플루토늄 핵시설 동결에만 머물러 있는 제네바합의의 맹점을 이용해 합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미국이 분개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농축우라늄이 사실이든 아니든,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선언으로 인해 2차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1차는 원료를 갖고 논하던 때였다면 2차는 완성품을 갖고 논하고 있는 셈이다. 핵무기를 만들었다는데 검증하고 말 것이 없다. 그래서 1차 때는 미국이 ‘동결’을 적절한 타협선으로 생각했지만 2차 때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미국의 CVID 원칙을 더 확신시켜준 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1차 때는 동결에 따른 보상이 논의될 수 있었으나 2차 때는 보상이 논의될 여지가 거의 없다. 북한이 CVID 원칙에 따라 핵을 완전 폐기한다고 해도 미국이 이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은 회의적이다. 보상을 해준다면 미국 내외의 비난 여론이 급등할 것이다.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는 것은 그 자체로 당연한 것이지 그것을 보상해 주면 핵개발 의욕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 잘못된 선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시행정부는 선(先)핵폐기를 강조하고 있지 그 후에 어떠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남한 정부에서 보상을 자꾸 이야기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북한도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1차 때 북한의 속셈이 ‘핵개발을 위한 시간 끌기와 눈속임’에 있었다면 2차는 ‘굳히기’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를 핵보유국의 일원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북한의 요구이자 목표인데, 그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북한에 어떠한 이익되거나 위상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 대단한 국제적 지위와 자위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착각한 김정일의 우울한 종착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차 핵물질 문제, 2차 핵무기 문제

1차 때는 핵개발의 의혹 속에 이에 대한 검증과 동결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말 그대로 ‘핵’ 문제였지 ‘핵무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2차 때는 이미 개발하였다고 주장하는 핵무기의 문제다. 핵이 무기화 되어버린 ‘사태’를 맞았다. 그래서 혹자는 1차와 2차의 차이를 “문제가 사태로 되어버렸다”고도 한다.

1차 때는 미국 내에서도 북한 핵이 과연 무기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제네바합의 이후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까지 마쳤다.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시도한 흔적도 보인다. 혹자는 북한이 아직 핵실험을 않았으니 핵보유 주장일 뿐이며 핵보유 선언은 아니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핵실험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북한은 핵능력을 조각조각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핵실험을 해서 핵능력을 완전히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 핵무기 보유 ‘의지’는 충분히 보여주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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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ilyNK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