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PTSD보다 소외와 차별에 더 절망해”

국내 입국 탈북자들이 탈북과정에서 겪은 각종 인권유린과 북송의 두려움 등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문제가 그동안 주로 조명돼 왔다. 하지만 PTSD보다 한국 정착 과정에서 느끼는 소외와 차별이 정착과정에서 더 큰 장애요소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TV에서 북한사람들에 대한 나쁜 뉴스가 나오면 나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왠지 내 잘못인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데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내용이 TV에 나오니, 은근이 북한에서 온 사람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듣고 있다가 화가 나서 따졌고, 결국 시비가 붙었다”



“남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아닌 것 같지만 (탈북자들을)은근히 무시한다.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 이야기하고 돌려서 이야기한다. 남한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날 때가 많다”



전진용 관동대 의과대학 명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가 밝힌 탈북자들의 ‘정착 스트레스’ 상담내용 중의 일부 내용이다.  



전 강사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외상보다 남한 적응에 따른 사회문화적 어려움 때문에 그들의 정신건강에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강사는 “상담사들은 탈북자들이 탈북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외상을 치유하는 것을 초점으로 삼았지만 정작 탈북자들은 현재의 문제(한국 정착의 문제)를 다 탈북과정과 연관시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잘못된 사회의 시선이 계속 된다면 이들은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우울감도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더불어 탈북자들의 경우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 정신 건강에 악(惡)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북한에서는 정신병 환자를 ’49호 병원’에 입원시키는데, ‘치료’ 보다는 ‘수용·격리’ 목적이다. 때문에 탈북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고하면 ’49호 병원’을 연상해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 거부는 ‘신체화(Somatization: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 이상과 고통을 느끼는 현상)’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전 강사는 “탈북자들이 정신과 진료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탈북자들의 신체화 경향이 높으며 이 증상은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실·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명지병원·(사)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