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北정치범수용소 수인 모두 사살”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원 출신 탈북자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안명철 부대표는 “북핵폐기가 성공하고 나면 이제는 김정일의 아킬레스건인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대표 윤주용.학생연대)’ 주최로 19일 고려대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안 씨는 ‘나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이었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북한인권의 최악의 장소는 정치범수용소”라고 주장했다.

안 씨는 1987∼1994년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원을 지냈다. 당 간부인 아버지가 취중에 반체제 발언을 한 죄로 부모와 동생들이 수용소에 끌려가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은 탈북을 결심하고 중국을 통해 1995년 한국에 왔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북한 체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수용소의 힘이 크다. 주민통제의 수단, 북한 경제에서도 큰 몫을 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22호 수용소는 석탄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북한인 모두가 잘못을 저지르면 관리소에 끌려간다는 것을 알고 있어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소에는 죄가 없는 아이가 굉장히 많았다. ‘3대를 멸하라’는 김일성의 교시에 의해서 손자도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며 “보위부원들이 아이들에게 부모의 죄를 너희가 갚아야 한다고 말해 부모를 원수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며 최악의 인권유린 장소임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처음 수용소가 생겼을 때는 범죄자를 완전히 죽이려고 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지니까 천천히 강제노동을 시키면서 죽게 놔두자는 식으로 바뀌었다”며 “여기서 가장 큰 희망은 ‘표창결혼’이라고 하여 결혼할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국적도 없고 김일성, 김정일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결혼을 해도 갈라져 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면 부모를 한번 만나게 해주는 기회를 주었다”며 참담한 현실을 말했다.

이어 “수용소 안에는 학교가 있는데, 10살까지만 공부를 할 수 있다. 쓰기, 산수 공부 같은 기본적인 학습만 가능하고 15살이 되면 농장, 탄광에 배치를 받아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처형을 수없이 많이 보았다며 “너무 많이 죽이니까 보위원들에게는 살인이 게임과 같이 여겨질 정도로 면역이 생긴다”며 “상대방을 비판하지 않으면 자신이 혼나는, 철저히 양육강식의 논리만 존재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포럼에 참가한 한 대학생이 “통일 이후 정치범수용소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질문하자 안 대표는 “그때는 수용소 안의 사람들을 다 사살할 수 있게 프로그램이 되어있다”며 “사회로 되돌려 보낼 생각이 있었다면 교육을 시켰을 것이다. 22호에 있을 때 저수지가 하나 있었는데 탈북한 뒤 2000년도에 위성사진을 보니 새로운 댐이 하나 생겼다. 이것을 터뜨리면 정치수용소가 다 침몰될 수 있는 위치였다”며 설명했다.

강연에 앞서 학생연대의 윤주용 대표는 인사말에서 “현재 대학생에서 북한인권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연대는 그러한 의미에서 대학생 여러분께 열려있는 공간이며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 했던 명지대 이영기 객원교수는 격려사에서 “한 시인은 ‘딸을 백 원에 팔겠다’라는 시를 두고 ‘이것은 시집이 아니라 통곡이다’라고 말했다”며 “북한인권은 한국인에게 주어진 신성불가침한 과업”이라고 말해 대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