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주민 함께한 ‘김장전투’…불우이웃위해 나눔봉사



▲ 탈북자동지회가 지난 18일 개최한 김장행사/사진=진유나 PD

진행 : 북한에선 가을걷이가 끝나면 바로 ‘김장전투’가 이어지죠. 북한에선 10월 중순부터 김장이 시작이 되는데, 이곳 남한에서는 그보다 조금 늦은 11월 중순쯤 시작됩니다. 지난주 토요일 서울에서 특별한 김장전투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현장에 다녀온 진유나 PD 나와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이면 날이 정말 춥지 않았나요?

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는데요. 서울 기온이 영하5도까지 내려가 아침부터 메서운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날 김장전투를 치르기 위해 100여명의 남북주민들이 모였는데요, 행사를 주최한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이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회장] :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주신 탈북자동지회가 조직한 김치나눔행사에 참가한 남북주민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행 : 이제서야 김장을 한다는 이 곳 소식에 늦게도 하는구나 하시는 북한 주민분들 계실것 같은데요. 이곳 남한 날씨는 지금쯤 해야 김치가 딱 맛있을 때죠. 그런데, 북한과 남한은 김장 담그는 시기만 다른 게 아니라고요?

남한보다 빨리 추워지는 북한은 10월 중순이면 김장철이 시작됩니다. 김치는 예로부터 1년 양식이라고 불릴만큼 중요하죠, 북한에선 그 중요성이 더 하다고 하는데요. 비닐하우스도 흔하지 않고 겨울에 신선한 채소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식탁에 김치만 올라가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김장을 못하면 겨울 동안 먹을 것이 없게 되는거죠. 요즘 남한에서는 김장을 하면 적게는 30포기 많게는 80 포기정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1t 까지 하는 가정이 꽤 된다고 합니다.
 
진행 : 톤이요? 1톤이면 몇 포기 정도가 되는 거죠?
 
1톤이면 대략 180~190포기 정도 된다고 해요. 북한에서 겨울을 이겨내는데 김치가 얼마나 귀한 양식인지 알만하죠? 토요일 김장전투에선 배추만 6.2톤, 양념까지하면 8.3톤의 김장을 담궜습니다.
 
진행 : 그날 현장에서 김장 담그는데 직접 참여했다고요, 김치 맛은 어땠나요?
 
김장 김치가 제일 맛있을 때가 막 양념을 묻힌 김치를 그 자리에서 맛보는 때잖아요, 여기에 뜨끈뜨끈한 수육까지 더하면 더 바랄게 없죠. 제 옆에 있던 탈북민들도 김치 맛이 좋다며 이번 김장이 잘된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김치를 떠올리며 아쉬워했는데요, 혜산에서 오신 참가자의 말 들어보시죠.
 
[김장행사 참가자] : 처음왔는데 재미나고 실감나고, 북한 생각이 많이 나요. 북한은 못 먹어도 김장 때는 명태도 넣고.. 북한이 더 맛있죠. 명태, 도루묵, 낙지도 넣고..
 
진행 : 북한 김치엔 명태에, 도루묵, 낙지도 들어간다고요?
 
네, 이뿐 아니라 새우, 오징어, 또 육고기를 넣는 집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형편이 매우 좋은 경우라고 해요.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와 양을 보면 그 집의 생활수준과 계급을 알수 있다고 합니다. 고위급일수록 배추, 무의 양이 많고, 다양한 양념이 들어간 김치를 담글 수 있는 거죠.
 
진행 : 북한에선 김장철이 되면 배추, 무, 고춧가루, 이 외에도  다양한 부재료를 구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하는데, 재료를 들어보니 김장만 한달 동안 하게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듯 하네요. 특별히 이날 김장전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모두 자원 봉사로 온 거라고요?
 
네, 탈북민들은 초기정착할 때 한국 정부나 지역 사회의 도움과 지원을 받는데요. 남한 사회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 이제는 다른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습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많은 탈북주민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게 꽤나 뿌듯하다고 전했습니다. 청진에서 온 젊은 참가자의 소감 들어보겠습니다.

[김장행사 참가자] :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요. 힘들긴한데 재미도 있고 나름 뿌듯합니다. 봉사활동이라서.. 드시면서 기뻐할 분들 생각하니까 더 즐거워지네요.

이날 담근 김치는 탈북민 370세대와 서울 송파구지역 취약계층 250세대, 총 620세대에게 나눠졌습니다. 이날 김장전투를 조직한 탈북자동지회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처음으로 조직한 자발적 단체인데요. 지난 1999년 설립된 이후 탈북민 사회에서 구심적 역할을 해왔던 곳입니다. 성황리에 김정전투를 마친 탈북자동지회 최주활 회장은 이 김치가 언젠가는 북녘에 있는 동포들에게도 전달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최주활 회장] : 행사를 매년 하는데, 지역주민들과 탈북민들이 함께 어울려서 김치 행사를 하니까,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담근 김치가 북한 주민들에게 택배로 들어가서 그들도 맛보았으면 합니다.
 
진행 : 이 곳 남한에서는 김치에 명태 대신 굴을 넣기도 하는데요, 굴을 넣은 남한 김치를 북한 주민들이 맛보고, 명태를 넣은 북한 김치를 남한에서 맛보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남북주민이 함께하는 김장행사’에 다녀온 진유나 PD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