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특권층이 추석 당일 성묘를 가지 않는 이유는?

추석 당일 조상의 묘(墓)를 찾아 절을 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북한도 마찬가지다. 물론 묫자리를 위해 땅을 사거나 이를 국가에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선조들이 묻혀 있는 산소 주변 또는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토장(土葬)을 하려 한다는 문화는 남한과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평양의 경우 산소를 찾지 않는 일부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일부 상위 계층은 토장을 하지 않고 화장을 한다. 이들은 추석이 되면 유골함이 보관돼 있는 납골당을 찾는다.

내부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대부분 (시체를) 땅에 두는데 요즘은 화장 권유를 많이한다”면서 “납골당은 국가가 운영을 하고 시신을 태울 땐 기름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 있는 사람들이 화장을 하는 것이 맞지만 북한에서는 화장을 할 경우 두 번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해 거부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 탈북민도 평양에 화장터와 납골당이 80년대부터 존재했다고 증언했다. 이연자(2008년 탈북) 씨는 “평양도 과거에는 인식이 깨어있지 못해 돈이 있다고 모두 화장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화장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권력자들, 재포(재일동포·일본에서 온 귀국자)들이었는데 휘발유 10리터에 돈을 조금 보태는 조건으로 화장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평양의 납골당과 시체 보관소는 평양의 대표적 대외선전거리인 통일거리(구 낙랑거리), 동평양 등 주로 외곽지역에 위치하는데 인민위원회 소속 관리소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유지 관리를 해 비용은 따로 내지는 않는다.

탈북민 김영곤(2013년 탈북) 씨는 “국가가 운영을 하기 때문에 디젤유 50kg만 관리인에게 내면 추가 비용 없이 납골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서 “화장을 권유할 당시 김정은이 지나가는 도로에 묘가 너무 많으니 이전하라는 지시도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는 “평양은 외국인들이 관광 차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투자해 거리 미관에 신경쓰고 있다. 납골당 시설의 경우 외곽지역에 설치했지만 북한도 나름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외국인들에게 자랑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같이 덧붙였다.  

한편, 화장 후 나온 뼛가루를 대동강에 뿌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해마다 명절이 되면 뼛가루를 뿌린 대동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현(2014년 탈북) 씨는 “화장 후 나온 뼛가루를 강에 뿌렸다. 산소가 없지만 명절에 인사드리기 위해 대동강을 찾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묘를 관리할 자식, 형제가 없을 경우나 돌아가신 분께서 요청할 경우 간혹 그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최상훈(2014년 탈북) 씨도 “많은 사람들이 대동강에 조상의 뼛가루를 뿌린다. 매년 추석을 맞이해 조상의 혼을 찾아 대동강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북한주민들은 집안에 유골함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 김 씨는 “유골함을 납골당에 모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추석날 사람들이 대동강을 많이 찾아 길이 막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골함을 집안에 두는 재일교포 출신 귀국자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재포들의 집을 방문하면 유골함을 방안에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 매일 아침 새벽에 절을 하면서 일을 시작하는 재포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화장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유골함을 집안이나 납골당에 보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