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엔 유권자가 王? “北에선 투표 불참시 처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여야 간의 기 싸움과 당내 파벌 갈등을 보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들도 많았지만, 20, 30대 젊은 예비후보들의 등장과 화려한 유세 경쟁 등은 이제까지의 총선과는 또 다른 볼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선거철은 어떤 모습일까? 최고지도자가 모든 걸 결정하는 북한에서는 한국처럼 요란한 선거 유세는 물론, 파릇파릇한 정치 신인들의 등장도 기대할 수 없다. 4·13 총선을 맞아, 데일리NK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북한의 선거철 풍경을 조명해봤다.

◆ 이색 후보 열전은 없다…“北에선 중앙당이 후보자 확정”

북한의 선거는 대개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격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비롯한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을 선출할 때 실시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5년에 1번,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4년에 1번꼴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인민회의 선거구 획정은 인구 약 3만 명 당 1개 선거구로, 2014년 실시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총 687명이었다. 당시 김정은은 대의원 선거에서 ‘제111호 백두산 선거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처럼 북한 역시 선거 제도에 관해선 법적인 틀을 갖추고 있으나, 문제는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이념과 정책을 바탕으로 자유 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데 있다. 북한의 선거는 노동당이 주도하는 권력 구조와 엘리트 충원 구조를 ‘사후 승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것.

실제로 북한 선거에는 중앙당에서 결정한 단일 후보만이 출마할 수 있다. 대의원 선거 절차를 예로 들면, 우선 선거 공고 전 중앙당에서 각 도당에 후보자 선정 지표를 하달한다. 이를 기초로 각 도당에서 선거구별로 후보자를 선정, 중앙당에 제출하면 중앙당에서 최종 심사해 후보자를 확정하는 식이다.

때문에 북한 법에 명시된 ‘17살 이상의 공민은 성별, 민족, 직업, 거주기간, 재산과 지식 정도, 당별, 정견, 신앙에 관계없이 선거할 권리와 선거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 역시 유명무실에 그치는 것이다.

이처럼 중앙당으로부터 출마 ‘지시’를 받아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이들은 주로 공적이 높은 북한 노동당 핵심 간부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13기 대의원 선거에서 새로 추대된 주요 간부로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현재는 박영식)과 김수길 군 총정치국 부국장(현재는 렴철성),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마원춘 당 부부장,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이 있다. 특히 장성택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와 로두철 내각 부총리, 김양건 前통일전선부장도 명단에 포함돼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지방인민 대의원은 보통 노동자나 농민, 일반 사무원, 근로자 중 주민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이들이 추천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이 일반 노동계급에서 추천을 받아 대의원을 선출함으로써 기층 조직을 다지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방인민 대의원의 경우, 주어진 권한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式) ‘자리 나눠주기’를 진행할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 선거 유세 없이도 투표율·찬성율 100%에 근접…“‘자유롭게’ 투표할 자유 없어”

한국에선 선거철이면 각양각색 선거 유세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는 반면, 북한 대의원 후보들은 선거 운동에 나서지 않는다. 대의원들이 유권자인 주민들 앞에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북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되레 북한 주민들이 선거장을 꾸리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선거 당일 새벽부터 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한 가무(歌舞)에 나서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유권자가 아닌 정치적 동원에 의해 선거장에 가는 셈이다.

선거가 진행되기 일주일 전부터는 선거구 주변의 공공장소나 선거장에 증명사진 크기의 해당 대의원 사진과 간단한 이력이 실린 A4 크기의 전단지가 붙는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전단지를 유심히 보지 않기 때문에, 선거 당일에도 대의원 후보가 누군지 모른 채로 선거장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해진다.

한편 선거 참여율이 낮아 걱정인 한국과 달리, 북한은 투표율이 100%에 달하는 ‘기적(?)’을 매 선거마다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이 그만큼 선거에 대한 열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북한 당국이 투표를 하지 않는 주민에 대해 처벌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선거에 불참할 시 정치적·사상적 의심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선거 불참을 이유로 관리소(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사례도 종종 확인되고 있다.

투표율뿐만 아니라 결과 역시 ‘찬성 100%’에 가깝다. 북한 법은 투표에 있어 기본적으로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원칙에 의한 비밀투표’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당이 지명하는 단일 후보에 대해 ‘감히’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일례로 각각 1948년 8월 25일과 1957년 10월 27일에 열렸던 1, 2기 대의원 선거에서는 찬성 투표시 투표용지를 백함에, 반대 투표시 투표용지를 흑함에 넣는 흑백 투표함제를 실시한 바 있다. 1962년 3기 선거부터는 단일 투표제로 바뀌어 찬성 투표시 용지를 그대로 투표함에 넣고, 반대 투표시 용지에 ‘X’ 표시를 해 넣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표 감시자는 누가 용지에 ‘X’ 표시를 하는지 손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100% 찬성투표를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