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北체제 불안정” vs 문정인 “유일사상 공고”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서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가능성과 6자회담 등의 문제를 놓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과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천 전(前) 수석과 문 교수는 이날 두 번째 세션 토론자로 참석했다. 두 사람 논쟁의 시작은 작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평가였다. 천 전 수석은 김정은에 대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김정은은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고모부를 처형할 만큼 잔혹하고 군사적 도발을 할 용기가 있다. 또한 저돌적이고, 야망도 있기 때문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체제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 역시 작년 장성택 처형과 관련, “힘의 표시라기보다는 불안을 초래하고 추후에 김정은에 해(害)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북한에서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없고, 주체사상이라는 강력한 이념이 주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김정은 말고는 어느 누구도 통치할 수 없는 유일사상 지배체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변화를 요구할 수 없다”며 김정은 체제가 권력을 확고히 했다고 맞섰다.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천 전 수석은 “북한과 외부세계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개혁 없이는 (경제발전이) 안 된다는 것을 (김정은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필요에 의한 개혁개방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체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면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개혁개방을 할 수밖에 없고, 여러 부분에서 개혁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제특구를 발표하는 등 이미 개혁개방으로 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큰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다. (우리 정부가)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해 지지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부소장은 “중국은 중국식 개혁개방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북한은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장성택과 만나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숙청당했다. 중국 관료들이 계속 답답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북중경협이 진행되고 있고, 석탄 수출도 재작년과 비교해 다르지 않고, 나진·선봉 지구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장성택은 김정은의 특사이었을 뿐 그 이상도 아니다. 장성택 처형으로 북중관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에 대해서도 천 전 수석과 문 교수는 의견을 달리했다. 문 교수는 “군의 구조적인 부패 때문”이라고 분석한 반면, 천 전 수석은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어겼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문 교수는 “부패가 만연해 김정은은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고, 장성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정통성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했고, 천 전 수석은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했다”면서 “부패는 구실에 불과할 뿐 핵심적인 이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DJ-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10년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문 교수는 “10년 동안 햇볕정책 했더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의 공격적인 정책 때문에 햇볕정책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 전 수석은 “햇볕정책은 (북한이) 재정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압박을 견뎌내게 했다”고 평가했고, 마이클 부조장 역시 “(문 교수가 언급한) 미국의 적대적 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했고, 6자회담에서 외교적 노력을 했지만,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북한과 대화를 하기 전에 전략부터 수정해야 한다”면서 “북한과 대화 전에 북한의 전략과 전술을 바꾸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하고, 제재만이 평화적으로 비핵화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마이클 부소장은 “(남한에) 압력을 가하고 돈을 얻어내기 위해 평양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했고, 천 전 수석 역시 “상호비방을 중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산상봉은 하나의 미끼였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이어 “군을 장악했고, 권력의 장애물(장성택)도 제거했기 때문에 (이산상봉은) 북한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면서 “자신들의 진실이 남한으로부터 유입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키리졸브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한국 정부가 마음을 바꿀 것을 우려해 ‘딜’을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산상봉을 허용한 것”이라며 “상호비방 중단을 얻어내기 위해 북한에 대해 어떤 우호적이지 않은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 대한 유의미성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문 교수는 “작년에 북한 김계관이 아무런 조건 없이 회담을 재개하자고 했고, 9·19공동성명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재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6자회담 수석대표를 2년간 지낸 천 전 수석은 “이렇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북한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현재 핵심적인 상황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으로 약속을 어겼다는 점이다. 비핵화에 대한 의견을 재표명하기 전에는 재개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집권하는 한 현 시점에서 한반도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다르다”면서도 “핵무장한 북한은 평화공존 원칙과 위배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해야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부소장 역시 “이(김정은) 정권이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회피해야 한다”면서도 “(북한)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당근과 채찍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식량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현재 남북, 대미관계 등 외부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은 ‘미사일 발사와 소형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는 지적에 문 교수는 “동전의 양면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면서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핵무기를 개발해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에서는 분명히 남북관계 개선으로 핵무기-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동시에 남한으로부터 들어오는 체제 바이러스를 막고 싶어한다.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바이러스인데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는 정보가 북한에 유입, 정보 혁명이 일어나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