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生母 ‘재일교포’ 고영희 우상화로 골머리

김정일의 급사(急死)로 김정은 우상화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이자 기쁨조 출신인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 우상화 때문에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의 어머니는 여러 문제가 있다고 해도 마냥 덮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조만간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 ‘북송교포’라는 약점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한 방도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 중앙당 차원에서 고영희 선전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애도기간 중에도 김정숙(김정일 모)의 생일(24일)을 앞두고 김정숙을 추모하는 행렬과 각종 행사들을 북한 매체들이 지속하는 반면,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를 선전하기 위해 만든 노래 ‘평양의 어머니’./그래픽=김태홍 기자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사업은 간헐적으로 진행돼 왔다. 


인민군 출신의 한 탈북자는 23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2003년 초부터 인민군의 대열 합창시 고영희를 상징하는 ‘평양 어머니’ 노래를 불렸는데, 상부에서 강조되지 않다보니 2006년말부터 서서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출신의 한 탈북자도 “구역 당 간부에게서 고영희를 ‘장군님의 부인’이라 하지 말고, ‘평양 어머니’로 칭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군 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고영희 사망(2004년) 전까지 강연 자료에서 ‘존경하는 어머님’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고영희를 상징하는 시를 다시 인민군을 대상으로 유포시키고 있다.


김정일은 생모 김정숙에 대해서는 김일성, 김정일과 함게 ‘3대 장군’에 포함시켜 추켜 세웠다. 또 그를 ‘항일의 여성영웅’ ‘혁명의 어머니’ 등의 구호를 사용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했는데 여기에는 자신이 7살 때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깊게 배어 있다.


김정은 역시 20대를 갓 넘긴 22살때 어머니를 잃어, 자신을 후계자로 만들어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우상화로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출생지인 평안북도 창성의 고영희 관저를 혁명사적지로 조성한데 이어 강원도 원산을 김정은의 제2의 고향으로 조성하기 위해 도시 정비를 벌인 바 있다. 원산은 재일동포 북송선이 입항한 도시라는 점에서 고영희 우상화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2009년 김정은의 원산 현지지도를 기점으로 다시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백두혈통’ 김씨 일가의 순혈주의와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의 ‘출생 비밀’과는 어울릴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북한 선전기관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북 전문가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김정은 체제가 안착되면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벌일 것”이라면서 “고영희가 혁명 가족 출신도 아니고, 더구나 애첩 출신이기 때문에 우상화를 위한 조작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고영희에게 이런 한계가 있지만 김정숙 우상화가 진행된 것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두산 3대 장군’과 같은 김정숙의 우상화 형태처럼 노작, 구호나무 등의 형식을 답습할 경우, 주민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