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마초이즘

北방송의 여성비하 발언은 심각한 수준

“여성의 체모(體貌)에 어울리지 않게 캥캥거렸다.” (2001년 4월 12일, 평양방송)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까지 뛴다더니 부시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치니까 치마 두른 라이스까지 그 모양인 것 같다.” (2002년 2월 10일, 조선중앙텔레비전)

“정치논리도 없는 이런 여자는 우리가 상대할 대상도 되지 않는다” (2005년 3월 1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치마폭에 감춘 호전광의 핵전쟁 야망을 낱낱이 드러냈다.” (2005년 5월 15일, 평양방송)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바닷가 암캐처럼 함부로 캥캥 짖어대면서 감시 우리 공화국을 비방중상하며 미쳐 날뛰고 있다.” (2005년 5월 30일, 평양방송)

“지난 2월 우리 공화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중상 모독했다가 우리의 된매를 맞고 알을 품은 암탉처럼 쭈그리고 앉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구구거리던 Ⅹ이 얼마 전에는 ‘무서운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미친 짓을 했다” (위와 동일)

“미국이 세계적인 규탄의 대상이 된 데다가 암탉이 홰를 치며 돌아치니 망하는 집안에 싸움이 잦다고 백악관에 싸움이 잦은 즉……” (위와 동일)

여성단체들은 뭘 하나?

이상은 ‘폭정의 전초기지’에 대한 분석기사를 작성하다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비난한 발언들을 모아 본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라이스를 비난한 표현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북한 정권은 공식매체를 통해서도 워낙 상스러운 욕설을 자주 사용하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 위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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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의 전초기지’ 완전 해부

위 발언들은 라이스가 ‘여성’이라는 측면을 부각시켜 비난한 내용만 모아본 것이다.

만약 한국의 어느 정치인이나 언론인이 특정한 여성 장관의 업무활동을 비판하면서 “여자답지 않게~” “치마 두른~” “바닷가 암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더니~”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치인이라면 공직을 내놓고 언론인이라면 한동안 칼럼에 이름을 내밀지 못할 것이며, 여성단체의 집중 포화를 받았을 것이다.

공직자를 평가하며 이야기할 때에는 그의 업무능력만을 갖고 말해야지, 거기에 성별이나 지역, 학력 같은 것을 곁들여서는 안 된다. 라이스를 ‘호전광’이라고 하려면 그냥 ‘호전광’이면 되는 것이지 ‘치마 두른 호전광’이란 수식어에는 비릿한 여성 폄훼가 느껴진다.

남한의 여성단체 가운데 북한의 이런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 하긴 남한의 환경단체 가운데 금강산, 묘향산, 백두산 등에 행해진 자연파괴 행위 – 수십 미터 깊이로 천연바위에 김父子 우상화 문구를 새기는 – 를 비판한 단체가 있다는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자기 단체의 활동 영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가보안법이나 주한미군 문제 같은 데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들이 말이다.

‘북한의 인권’에서 여성비하는 사치스러울 정도

사실 필자는 이 글을 쓸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다. “라이스가 네 상전이냐?” “친미주의자냐?”하는 비난을 받을까봐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의 끔직한 인권상황에 비추어보면 북한 정권이 여성을 비하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엽적인(?) 문제에 시비 거는 것이 시시껄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기사를 써서 북한 정권이 반성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남한의 여성단체들이 그에 항의하라는 것도 아니다. 혹시나 남한의 여성단체나 개별 인사 가운데 북한에 항의하려는 단체가 개인이 있다면 찾아가 조언해주고 있다.

지금 북한의 인권상황에 비추어보면 여성비하 발언 정도는 ‘새 발의 피’ 정도도 아니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북한의 끔찍한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해 달라고.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