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 확산 몸통 파키스탄 ‘칸 박사’ 가택연금 해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이 지난 6일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로 추앙받은 압둘 카디르 칸(72) 박사의 가택연금 해제 조치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우려는 칸 박사가 과거 네트워크를 재가동, 또 다시 핵확산 활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UEP)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를 지난 2000년 파키스탄 보안요원들의 감독하에 북한항공기에 선적, 북한에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핵프로그램과 별개로 UEP를 통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북한도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특사의 방북에서 이를 인정했었다고 주장해왔다. 칸 박사는 북한 뿐아니라 이란, 리비아에도 핵기술을 팔았다고 2004년 자백한 바 있다.

칸 박사의 연금해제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1970년대 중반 칸 박사와 거래를 시작한 뒤 핵개발용 원심분리기를 개발토록 지원한 혐의로 2005년 기소됐던 스위스 과학자 우르스 티너가 풀려났다.

또한 칸 박사의 핵확산 네트워크의 핵심 멤버로 말레이시아에서 붙잡혔던 스리랑카인 부하리 아부 타히르 사이드도 석방된 점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커지게 하는 이유다.

칸 박사는 가택연금 당시에도 그의 네트워크 조직이 테러 집단과의 비밀 핵거래를 해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데다 칸 박사가 과거보다 훨씬 진보된 핵무기 설계도를 보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칸 박사가 더 이상 핵확산 활동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확고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9일 파키스탄 법원이 칸 박사를 가택연금에서 해제키로 한 것에 대해 “파기스탄 법원의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평했다.

우드 부대변인은 “그는 잠재적으로 핵을 확산시킬 위험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며 “파기스탄 정부와 칸 박사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이 문제를 면밀히 추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2일 미 국무부는 칸 박사를 비롯해 그와 연관된 13명과 이들이 관여했던 3개 민간기업을 핵확산 활동을 이유로 제재키로 했다.

파키스탄과 국경이 맞닿아 있어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여온 인도의 아난드 샤르마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칸 박사의 연금해제는 파키스탄이 국제사회는 물론 인도를 속이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관리는 “파키스탄 측이 칸 박사가 핵확산과 관련한 어떤 위험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해 왔다”면서도 “우리는 이런 약속이 확고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설명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9일 칸 박사의 핵확산 스캔들에 동참했던 과학자들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암살 대상으로 등재돼 있는 만큼 칸 박사 역시 이 살생부에 등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