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 제공 안하면 北核폐기 안될 것”

경수로가 제공되지 않으면 북핵 폐기 협상이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말했다.

천 본부장은 1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글로벌파트너십을 통한 대량살상무기 위협감소’ 학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그러나 “경수로는 비핵화 과정이 마무리되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따를 때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경수로사업은 지난 94년 미북 간 제네바합의에 따라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키로 하면서 97년 8월 금호지구에 착공됐다. 하지만 지난 2002년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공사가 중단돼 종합 공정률 34.5% 상태로 종료됐다.

천 본부장은 “경수로 완공까지는 6~7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이 기간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해체와 핵 기술자 재교육 등을 추진하는 ‘위협감축협력프로그램(CTR)’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CTR은 구(舊)소련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CTR의 일환으로 영변 핵시설 부지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 우라늄 정제 등 평화적 목적의 연구활동을 벌인다면 외화 획득과 고용 창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CTR로는 1991년 미 상원의 샘 넌, 리처드 루거 의원 주도로 만들어 진 법안을 근거로 한 ‘넌-루거 프로그램’이 있다.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의 핵무기 해체를 돕기 위해 미국이 자금과 기술, 장비, 인력 등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최근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도 재정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천 본부장은 북한의 핵과학자 규모가 5천명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이 핵폐기 단계에 진입하면 북한 핵과학자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비핵화를 통해 그들이 피해자가 아닌 승리자가 돼야 하며, 평화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직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 본부장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 “현재 11개 불능화 조치 중 8개가 완료됐다”면서 “나머지 3개의 조치는 제어봉 제거 등으로, 사용 후 핵연료봉이 모두 제거된 뒤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