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슈퍼노트(위조달러) 관련 무혐의?

▲ 지난해 8월 데일리NK가 중국 단둥에서 북한 당국 무역사업소 관리에게서 구입한 북한산 슈퍼노트. 일련번호는 DB20563913 A이다. ⓒ데일리NK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북한은 달러화 위폐를 제조할 능력도, 제조한 사실도 없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CMP는 미국 매클래처-트리뷴지에 실린 북한의 슈퍼노트 제조 의혹에 대한 추적 기사를 전재하면서 진본 달러화와 거의 똑같을 정도의 위폐를 북한은 제조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위폐 제조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이 제시한 혐의는 상당 부분은 탈북자들로 구성된 ‘한국의 전문가’로부터 나온 것이라면서 최근 이 탈북자들의 증언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폐와 관련 혐의는 제조와 유통 두 가지다. SCMP는 북한의 제조능력을 의심하면서 미국의 증거 부재를 지적하고 오히려 CIA 등이 위폐 제작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북한의 슈퍼노트 제작 문제는 지난해 1월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니퉁이 CIA개입설을 들고 나왔을 당시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자문관을 역임한 데이빗 애셔(David Asher) 박사는 “미국의 위조 달러화 제조 음모론은 북한의 정보기관에서 선전하는 내용처럼 터무니 없고 황당한 내용”이라며 “미국 법무부는 북한 정부가 ‘슈퍼노트’를 제조했다는 혐의로 북한 정부를 고발하면서, 대단히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담은 증거 문서들을 대배심에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지난해 작성한 ‘북한의 미국 화폐 위조’라는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여전히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만들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4500만 달러의 위조지폐가 유통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이로 인해 연간 2500만 달러 정도의 이익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2005년 8월 미국 사법 당국이 뉴저지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을 단속했을 당시 북한산 100달러짜리 위조지폐 400만 달러 상당을 압수했다.

북한이 위폐를 유통해온 증거는 국내외 언론을 통해서도 수 차례 지적돼왔다. 데일리NK도 2006년 1월과 8월 두 차례 중국 단둥(丹東) 현지에서 북한 정권기관 무역사업소 직원에게 직접 위폐를 구입해 공개했고, 현재도 보관 중이다.

당시 위폐를 감식했던 외환은행 본점 위폐 감식 담당자는 “이 정도 정교한 규모의 위폐 제조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과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정모 씨(36)는 “북한에서 위폐가 수 없이 도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대부분 이곳에서 보도하는 슈퍼노트라는 점은 상당수 탈북자가 아는 사실”이라면서 “북한 관리 중에 열이면 아홉은 내부에서 위폐를 제조해서 외부에 팔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측 무역업자들은 북한 무역업자로부터 위폐 구입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규모는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에 이른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 단둥이나 옌지(延吉)에 있는 북중 무역업자를 만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상식에 해당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위폐 협상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정부 관리들이 위폐를 유통시키다 적발된 사건과 북한 주민 및 무역업자들의 증언, 이들의 위폐 거래 규모와 행태를 볼 때 북한 당국의 위폐 제조 혐의도 여전히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