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십대는 ‘농촌동원’ 때 술과 연애시작

▲90년 초 야외에서 춤을 추는 北 젊은이들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십대 고교생들이 집단 성매매를 한 사실이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성윤리는 어느 사회에서나 주목 받는 이슈다. 북한에서도 마찬가지다. 십대 청소년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우려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다.

남한에 와서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북한 십대들도 연애를 하냐는 것이다.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다. 여느 사회처럼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랑과 미움, 갈등과 화해가 반복된다. 단지 자유가 제한돼 있다보니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북한 십대들도 연애를 많이 한다. 물론 과거 60, 70년대에는 봉건적인 사고가 전 사회에 팽배해 금기시했지만 세대가 바뀌면서 연애의 금기가 사라지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 같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십대들의 연애(데이트)가 사회전반에 걸쳐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수줍음 때문에 몰래 데이트가 많았지만 부모 세대처럼 이를 금기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십대들의 연애가 일상화 된 것은 1990년부터다. 북한 전국의 중학교들에서 시작한 남녀중학생(11~17세까지)들의 혼합반 교육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북한은 90년 이전까지는 남학생들만 교육하는 남중(남자고등중학교)과 여학생들만 교육하는 여중(여자고등중학교)으로 학교 자체를 구분했다.

남녀 중학교 구분 제도는 김일성의 한마디로 바뀌게 됐다.

김일성은 “남북 간에 장벽이 있는 것도 가슴 아픈데, 남녀 간에 장벽이 웬 말이냐”면서 전국의 모든 학교를 남녀 혼합학급으로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그때부터 북한에서는 남중이나 여중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2002년 탈북해 남한에 온 탈북자 박명길(가명) 씨는 “중학교 5학년(16살) 때는 학급에서 아주 바보 같지 않은 애들 제외하구는 대부분 깔(애인·북한 비속어)이 있었다. 우리 때는 패(조직)에 가담해 패싸움하는 것 못지않게 깔을 사귀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1990년대는 북한에서 학교나 마을간 패싸움이 대유행을 할 때다.

한 달여 농촌동원도 한몫해

박 씨는 “농촌동원에 나가면 평상시에는 얌전하던 여학생들과도 쉽게 사귈 수가 있다”면서 “같은 학급의 친구들이 저녁에 숙소에 찾아가서 상대 여자가 승낙할 때까지 애를 먹인다”고 말했다.

북한에 중학교 학생들은 14, 15살이 되는 중학교 4학년부터 봄에 40일(모내기, 강냉이파종), 가을에 15~20일(가을걷이) 씩 집을 떠나 농촌동원에 나간다. 북한에 10대들은 이 농촌동원 기간에 담배와 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저녁이면 모여앉아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데 거기서 빠지면 사실상 외톨이(남한의 ‘왕따’)가 된다. 몰래 마신다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못 본척해준다.

물론 남한 청소년들과 비슷한 모습도 있지만 다른 것도 존재한다. 북한 중학생들은 선생님과도 술을 마신다. 대부분 학생들은 술을 가지고 선생님께 찾아가 한잔 드리며 잘봐달라고 하면서 함께 마신다. 여기서는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음주를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10대 남녀학생들이 농촌동원에 나와 장기 생활을 하다보면 사고도 발생한다. 여학생들이 농촌동원 기간에 임신을 해서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 학교와 부모가 애를 먹기도 한다.

지금 북한의 십대들은 자유분방한 태도가 더 강해졌을 것이다. 북-중 무역으로 중국에서 저렴한 비디오(VCD포함)기계가 많이 보급되면서 더 개방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는 부모 세대의 심정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