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단 승용차 VIP상징…김정일 벤츠 수백대 보유”

▲ 김정일이 자신의 요리사에게 선물한 벤츠. 216번호판을 달았다.

“북한의 승용차는 기름으로 가는 마차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 전문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북한의 자동차 실태를 분석, ‘북한에서 차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고 10일 평가했다. 기사는 최근 호주 ABC 기자와 북한을 방문했던 브래들리 마틴 루이지아나 주립대 교수가 작성했다.

통신은 평양 시내에 216번호판을 단 검은색 폭스바겐 승용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김정일은 216 번호판을 단 승용차를 측근들에게 선물한다”며 “216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을 뜻한다”고 전했다.

또 “216번호판을 달지 않더라도 북한에서 세단 승용차는 VIP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차 수입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국내 공급도 불충분한 상황이라 교통량 자체도 많지 않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인 남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 전역에 2만~2만 5천대의 승용차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평범한 북한인이 승용차를 갖는 것은 평범한 미국인이 제트기를 갖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이들 승용차는 대부분 검은색이며, 운전기사를 두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이런 차가 고위 관리의 부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통신은 북한이 한국전쟁 직후에는 소련에서 트랙터와 트럭 등을 구입해 복제 차를 생산하며, 4륜구동 군용 지프와 같은 자동차 생산에서 남한을 앞서나갔다고 지적했다.

민간 승용차에 있어서는 1990년대 들어 벤츠 190 시리즈를 수입, 모방 생산하려고 했지만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고 ‘북한이 만든 자동차’의 저자 에릭 반 잉엔 쉐나우(Eric van Shenau)는 밝혔다.

통신은 “1990년대 북한에서 발생한 기근 사태는 자원과 에너지의 부족을 동반했다”며 “멈춰버린 국영공장들이 다시 가동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자동차 판매상이었던 탈북자 이금영(가명)씨는 “북한산 모조 자동차에는 ‘에어컨’도 ‘히터’도 없다”며 “엉성하게 만들어 진 자동차를 타고 도시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면 차는 먼지로 가득 차 있다. 마치 기름으로 가는 마차 같다”고 평가했다.

“北 모조 자동차,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

▲ 블룸버그 통신 웹사이트

통신은 “현재 북한산 지프형 자동차들은 중국과 러시아 자동차로 대체되고 있으며, 재일 조총련 인사들이 북한에 사는 친척들에게 선물로 들여온 일제 중고차들이 무역인과 기업가 계층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씨도 일본의 친척을 통해 23살 때 처음 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계층이었던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차를 등록할 수 없었다. 이 씨는 결국 고위층 관리의 자녀인 친구의 이름으로 등록된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그 뒤부터 일본에서 가져온 10년 된 중고차를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 팔아서 제법 돈을 벌 수 있었다”며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즐기고 살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일본에서 대당 1천5백 달러에 들여와 2천 5백~3천 달러에 팔았다고 한다. 도요타 크라운 같은 대형차는 4천~5천 달러에 들여와 8천 달러에 넘겼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에 수입된 일제 중고 승용차는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1천5백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일본 정부가 승용차를 사치품으로 규정하면서 올해는 수입된 차가 한 대도 없다.

이러한 일본의 제재에 맞서 최근에는 북한 정부도 일제 자동차를 전부 몰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유럽산 수입 자동차의 경우, 70년대에는 고위관료와 외교관들을 위해 스웨덴의 볼보가 공급됐고, 90년대 이후에는 독일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주종을 이뤘다. 김정일의 개인 차량으로는 벤츠 수백 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최근에는 남한의 평화자동차가 합작 형태로 북한에 설립돼, 2002년 첫 조립라인이 가동되는 등 북한의 자동차 산업도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공장에서는 현재 ‘피아트 시에나’ 버전이 ‘휘파람’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평화자동차 서울사무소의 노재환 대변인은 “지금까지 이 공장에서 2천대의 자동차와 픽업트럭을 생산했고, 이제 승용차도 시판될 것”이라고 말했다.